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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부동산 중심 사회
입력2007-01-03 16:41:28
수정
2007.01.03 16:41:28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상선약수 수선리만물이부쟁)이라는 말이 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명구로 ‘최고의 선은 흐르는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사회의 대표적 진보지식인인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저서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ㆍ2004년 돌베개)’에서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는다는 것은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실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덧붙여 ‘다툰다는 것은 어쨌든 무리가 있다는 뜻으로 목표 설정에 무리가 있거나 아니면 그 경로의 선택이나 진행방식에 무리가 있음’이라고 지적했다.
연초부터 부동산 문제를 놓고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몰아칠 조짐이다. 지난해 연말 ‘부동산 정책 말고는 꿀릴 게 없다’고 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다시 “정부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다시 대책을 보완하고 있다”면서 “반드시 잡겠다”고 다짐했다.
여당은 한술 더 뜬다. 여당 대표는 분양원가 공개 등에 대한 정부 내 이견을 겨냥해 “대통령과 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것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을 간과하지 않겠다”고 공개 경고했다. 부동산특위위원장은 “분양원가 공개는 우리당의 지난 2004년 총선 공약이고 노무현 대통령도 필요성을 언급한 것 등을 감안하면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문제와 연결돼 있는 사안인 만큼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청와대와 여당의 강공 드라이브 이면에는 부동산 정책 실패가 17대 대선의 이슈가 될 뿐더러 나아가 김대중 정부 때의 카드대란처럼 정권의 최대 오점으로 남을 가능성에 대한 걱정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천 관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경제부총리부터 나서서 반값 아파트 공급, 분양원가 공개, 전월세 5% 이상 인상금지 등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예산확보ㆍ토지문제ㆍ실효성 등을 고려한 까닭이다. 관가 공무들의 비공식 자리에서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정책이 휘둘리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퇴임 후 말을 아꼈던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서울경제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중심의 사회가 일본과 한국인데 일본은 거품붕괴로 무너지고 이제 한국만 남았다”며 왜곡된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시장가격 이하로의 규제는 사회정책적 주택에 국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반값 아파트 문제에 대한 논의는 정치적 목적과 결부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적이면서도 합리적으로 실천하는 ‘상선약수’(上善若水)와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는 박 전 총재의 말을 되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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