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개선된 지표에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긍정적 지표는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김칫국부터 마실 것은 아니다. 회복의 강도가 워낙 미약하고 그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도 속단하기는 이르다. 경기지표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개선된 지표에 숨어 있는 착시효과를 경계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설비투자 부진이 문제다. 11월보다는 좋아졌으나 전년 대비로는 6.3% 줄었다. 그나마 조금 데워졌다는 성장 엔진마저 식을 수 있다는 의미다. 내수경기를 가늠하는 서비스업은 고작 0.1% 증가에 그쳤다. 경상수지 흑자행진도 마냥 좋아라 할 것은 못 된다. 불황형 흑자구조가 고착될 조짐까지 보인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수출이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대목에 이르면 엔저효과의 역풍이 가시화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실물현장의 온기가 더 확산되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긴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체감경기 개선으로 연결될지 여부다. 체감경기 회복은 질 좋은 일자리가 얼마나 늘어나느냐에 달렸다. 불행하게도 경제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정부조차 신규 일자리는 올해 32만개 증가에 그쳐 지난해(44만개)보다 사정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이 늘지 않으면 가계소득과 소비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기 마련이다.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도 요원하다.
새 정부는 성장률 숫자보다 일자리와 중산층 회복에 매진하겠다고 한다. 중산층 비율과 고용률을 각각 70%씩 끌어올린다는 게 목표다. 그만큼 체감경기를 중시하겠다는 것이다. 방향은 제대로 잡았지만 지금처럼 성장담론이 실종된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목표를 달성할지 의문이다. 아무리 고용 없는 성장시대라고는 하나 잠재성장률만큼의 성장 없이는 일자리가 생길 수 없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