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기존 보험사로부터 해약 통지에 직면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서 "기존 가입자와 취소 통지자를 대상으로 향후 1년간 기존 보험을 (현행 조건대로) 유지하거나 개정법에 따라 새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완벽한 대통령도 될 수 없다"며 "국민에게 혼란을 끼치고 민주당에 어려움을 준 데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오바마케어가 발효된 뒤 기존 보험의 해약이 급증하고 보험료 인상이 잇따르는 등 제도시행을 둘러싼 국민들의 불만이 폭증한 데 따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까지 기존 보험사로부터 건강보험 해약 통지를 받은 미국인들은 총 28개 주의 402만명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 1일 본격 시행된 오바마케어는 건강보험의 질적 향상을 위해 모든 상품이 외래, 응급실, 만성질환 진료 등 '10대 항목' 치료를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이 규정을 이용해 최소보장에 미달하는 상품 가입자들을 상대로 무더기 해약 통보를 남발하자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고 오바마 대통령도 결국 손을 들게 됐다.
대통령의 후퇴는 오바마케어의 순항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높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년의 유예기간 뒤 얼마나 많은 핵심 정책이 부활할지 사실상 불명확한데다 셧다운 사태 이후 목소리를 낮췄던 공화당이 공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WSJ도 "오바마케어의 재역전은 불발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재입법 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오바마케어의 정상시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화당이 현 수준의 질 낮은 보험을 용인하는 새 건강보험법을 입법화해 연말 예산 정국까지 끌고 가려 하는 점을 들어 대통령이 야권을 상대로 다시 한번 정책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USA투데이는 "지난 4년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가 시행돼도 보험 취소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말해왔다"면서 "이번 행정명령으로 혼란이 가라앉을지 여부가 '조기 레임덕' 가능성을 판단 지을 중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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