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27은 이세돌다운 단기 돌입이다. 백의 모양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구상이다. 아마추어 같으면 참고도1의 흑1로 삭감할 궁리부터 하기 쉽지만 그것은 백이 원하는 바이다. 백12까지 되고 보면 흑은 삭감에 성공한 것이 사실이지만 실속은 별로 없는 진행이다. 백28은 이런 형태에서는 늘 등장하는 응수. "이 수 이외에는 다른 공격 수단이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가장 확실하게 근거를 빼앗는 수법이지요."(온소진) 온소진5단은 이날 타이젬의 생중계실 해설을 맡았다. 사이버오로에서는 생중계가 없었다. 온소진5단은 아마추어를 위한 해설에는 그야말로 달인이다. 아마추어들의 궁금증을 확실하게 풀어주는 특기를 지녔다. 강의물에 소질을 타고난 인물이다. 흑29는 이것 역시 상용의 행마이고 백30 역시 전형적인 공격의 틀이다. 흑이 31로 붙였을 때가 응수의 기로였다. 온소진5단은 무조건 반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순히 받아 주어서는 백의 불만 같아요."(온소진) 참고도2의 백1로 반발하여 백13까지 되는 가상도가 소개되었다. 이것이라면 백이 아무 불만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강동윤은 순순히 백32로 물러서고 백34로 지켰다. 이렇게 되면 흑41까지는 외길 수순이나 다름없다. "흑이 너무 알뜰하게 살았어요. 백이 조금 불만입니다."(온소진) 백32로 물러선 수가 과연 완착이었을까. 꼭 그렇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윤현석의 수정안에 따르면 흑은 참고도2의 백3은 6의 자리에 미는 것이 강수이고 그때 흑은 3의 자리에 버티는 것이 역시 강수여서 너무도 난해한 싸움이 벌어진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실전의 진행이 꼭 백에게 불리한 절충도 아니므로 반발이 옳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어쨌든 이세돌은 실전의 진행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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