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주택가격 변화와 관련된 대다수의 의견은 현재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높고 향후 상승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 이웃 나라 일본이 경험한 것과 같이 버블 이후 부동산 가격 폭락에 대한 우려도 팽배해 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자주 인용되는 것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연결된 인구노령화와 낮은 출산율이다. 그로 인해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정점을 지나면 주택구매력은 감소하고 이는 가격하락의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와 관련된 믿음에 대해 몇 가지 짚어볼 사항들이 있다. 우선 국내 주택가격이 정말 높은가 하는 문제이다. 그 판단의 지표로 쓰이는 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PIR)을 해외와 통일성이 유지되는 정보인 실질적인 도시권별 실거래가와 세전 소득을 이용해 산출, 비교해보면 국내 주택가격은 해외 도시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 또 국제금융위기 이전 국제적인 주택가격 상승기에 국내 주택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지도 않았다.
베이비붐세대의 노령화 현상은 일본을 비롯해 많은 유럽 국가들에서 먼저 발생했던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 동란을 겪은 이유로 베이비붐세대의 노령화가 뒤늦게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를 먼저 겪은 모든 나라들이 일본과 같은 주택가격의 폭락을 경험하지는 않았다. 주택가격이 상승한 나라도, 하락한 나라도 있다. 인구구조 변화가 필연적으로 주택가격의 하락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이란 수요만이 아니라 공급과의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 그렇다고 국내 신규주택수요의 근원이 되는 인구 수 및 가구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아니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기반한 통계청 추계를 보면 인구 수의 정점은 2030년, 주택소비의 기본단위가 되는 가구 수는 가구 소형화의 영향을 받아 추계 가능한 시점인 2035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즉 신규주택수요는 당분간 꾸준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만 증가되는 가구 수는 연간 30만가구에서 20만가구로 점차 감소한다.
통일이라는 변수도 있다. 초장기적으로 보면 통일은 주택시장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다만 언제 올지 모른다는 점이 문제이다. 그러나 해외 동포 및 탈북자를 포함한 체류 외국인 수가 2010년 말 120만명대에서 급속히 증가해 2014년 말 현재 18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멀지 않은 장래에 주택시장에서 실질적인 소비 및 구매 계층으로 등장할 것도 예상된다.
결국 이와 같은 신규수요와 소득증가 및 재건축 등으로 인한 대체수요를 신규공급으로 어느 정도 수용하는가에 따라 가격의 움직임이 결정될 것이다. 과거 고성장기에 비해 가격 변동폭은 줄어들겠지만 가격의 부침은 향후에도 여전히 반복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것이다. 따라서 인구구조의 변화로 주택가격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은 조금은 안일한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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