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그 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에 빠져있던 소설가 김연수(39ㆍ사진)가 변했다. 저자의 10번째 소설인 신작 ‘세계의 끝 여자친구’(문학동네 펴냄)를 통해서다. 그는 “이전까지는 주로 내 삶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소설의 재료로 써왔는데 2007년 즈음에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져 소설을 더 이상 쓸 수가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생겼다”며 “그런데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도 소설을 쓸 수 있구나’라는 것을 확인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계기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한 독자들과의 소통이었다. 그는 “내 소설을 읽고 위로 받았다며 남긴 독자들의 글을 읽으면서 점차 소설관이 바뀌더라”며 “2007년 이후부터는 사회적 변화와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가 소설 쓰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무엇을 더 소설로 쓸 수 있을까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있던 그에게 다가온 것은 사회적인 사건들이었다. 책의 주제가 소통인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LA폭동, 남대문 화재사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와 촛불집회 등 9편의 단편을 관통하는 주제는 타인과 사회와의 소통이다. 작가는 “어떤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이 소설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한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까지 담는 것은 어울리지 않겠지만, 계속 사회와의 소통을 위해 이야기는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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