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의장 지명·출구전략 지연 우리에 100% 좋다 볼수 없어 지속되는 불확실성 주시 필요
통화스와프는 보조 안전장치 외환보유액 더 많이 늘려놔야
"인도나 터키 같은 신흥국과 우리나라가 차별화된다는 것은 국제금융의 거래 복잡성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외환보유액을 탄탄하게 쌓아왔고 단기외채 관리 및 경상수지 흑자를 꾸준히 기록했지만 섣부른 차별화론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두 번씩이나 외환위기를 겪지 않았습니까."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국제통인 김익주(53ㆍ사진)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지난 6월 취임 후 한동안 언론 인터뷰를 꺼렸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의 문제로 어수선할 때 전면에 나서는 것보다 현안을 챙기는 게 우선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가 '세이프티 헤븐(안전투자처)'이라는 분석이 부쩍 늘어서였을까. 김 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아직은 세이프티 헤븐이라는 말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며 낙관론에 선을 그었다. 앞서 외국인 자금이 상대적으로 덜 들어왔기 때문에 최근에 변동성이 작은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다른 이슈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분석을 쏟아냈다. 김 원장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부의장이 연준 차기 의장에 내정된 것과 양적완화 축소 시점이 늦어질 수 있는 것도 우리에게 100% 좋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보루인 외환보유액은 지정학적 요인 등을 감안하면 상황에 따라 더 충실하게 해놓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가 환율이나 외국인 자금 유출입 측면에서 '디커플링(decouplingㆍ탈동조화)'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5월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후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는 약 10% 안팎 절하됐지만 안전하다고 여겨진 우리나라는 외국인 자금이 몰리며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원ㆍ달러 환율 1,070원대가 위협 받는 실정이다.
"우리 정부가 외환관리를 잘해온 것은 사실이에요. 단기외채는 줄였고 급격한 변동성을 축소할 수 있는 조치도 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에 전세계적으로 풀린 돈이 우리나라에는 안 들어왔어요. 우리나라는 2009년 이후로 성장과 경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들어온 게 적으니까 나가는 돈이 적고 상대적으로 최근에 다른 나라에서 빠져나온 돈이 유입되는 거예요."
인도 같은 신흥국은 2009년 이후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갔기에 요즘처럼 유동성 장세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김 원장은 "요새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돈은 나쁜 자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단기자금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 자금이 빠져나갈 시점에는 인도 같은 신흥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오히려 충격을 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외국인이 생각하기에 양적완화의 영향을 가장 받지 않은 곳이 한국과 호주ㆍ캐나다"라며 "그럼에도 투기꾼들이 공격하기 시작하면 도매급으로 다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김 원장은 옐런 부의장이 차기 연준 의장에 내정된 것을 우리에게 유리하다고만 보는 것도 사안을 단순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옐런은 8일(현지시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연준 수장에 내정됐다. 김 원장은 "옐런 내정은 예견됐던 결정이고 지금 시장 분위기는 적절한 인선이라는 평가"라며 "기존의 경기 진작적인 통화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고 그래서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이것이 다라고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로런스 서머스는 과격하고 옐런은 비둘기여서 우리를 비롯한 신흥국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은 조금 안이한 것이라고 봐요. 미국이 신흥국을 보고 통화정책을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들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겁니다. 옐런이 됐다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며 앞으로 미국의 상황을 더 예의 주시해야 해요."
그렇다면 양적완화 축소는 어떻게 될까. 시장의 관심은 양적완화 축소가 언제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원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내에는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된다고 봤는데 미국의 '셧다운(정부 폐쇄)'이 나고 부채한도 협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있어서 조금 연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라며 "대체적으로는 연내 시작하지 않을까라고 보지만 내년 초로 연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양적완화 축소 시점이 늦춰진 데도 독이 숨어 있다고 그는 해석했다. 겉으로만 보면 양적완화가 유지돼 신흥국에 좋은 것 같지만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실제 축소가 시작될 때 2차 충격을 다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김 원장은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셧다운은 부채협상이라는 큰 산이 있어서 부정적 효과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밝혔다. 그는 "부채협상이 잘못돼 최악의 경우 미국 국채금리가 엄청 뛰고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2008년 사태를 능가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면서도 "그런 가능성은 거의 없고 전문가들 생각으로는 디폴트(채무불이행)는 안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환율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 원장은 "외국 사람이 한 나라를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환율인데 환율이 1,000원에서 2,000원 가는 곳은 문제가 있지만 1,001원에서 1,002원 가는 곳은 신뢰성이 있는 나라"라며 "여러 가지 정책을 사용해 기업하는 분이나 금융기관이 보다 안정적인 환율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변동성을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맥락에서 적정 수준의 외환보유액은 우리에게 필수라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과거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2,100억달러일 때 해외에서 2,000억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위험하다고 한 적이 있어요. 그럼 2,000억달러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지금 3,300억달러이지만 대북 리스크와 결제구조가 발달된 인프라를 생각하면 지금보다 보유액을 한참 더 늘려야 해요."
그는 외환보유액을 많이 쌓으면서 생기는 비용은 비용이 아니라고 했다. 김 원장은 "일부에서 보유 비용을 언급하는데 원화채권 금리와 달러채권 금리는 비교할 수 없고 이자 남는 것은 환율로 커버한다"며 "단순계산으로 연간 30억~40억달러가 든다고 하고 통상마찰의 위험성도 있지만 두 번의 위기를 당한 경험으로는 이 같은 비용은 비용이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최근 자금유입이 많기 때문에 건전성 조치 차원에서 외환보유액을 늘리면 통상 문제도 없을 것"이라며 "지금 보유액을 늘리면 환율을 올리려고 하는 게 아니고 변동성을 중화하는 목적이기 때문에 다른 때보다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통화스와프는 부차적인 것이라고도 했다. 남의 돈을 빌려 하는 것은 추가적인 안전장치일 뿐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그는 "2008년에 통화스와프로 환율이 100원 떨어졌다고 하는데 비정상적으로 100원 올라간 것은 스와프가 아니더라도 내려오게 돼 있다"며 "외환은 차입이 아니고 자기자본으로 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 스와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의 경제상황으로 화제를 돌려봤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로서는 중국 등의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 김 원장은 중국의 경우 지금은 괜찮지만 돌발변수를 조심해야 하고 일본은 아베노믹스가 단기적으로 성공했지만 장기적인 성공은 담보할 수 없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좋아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오래갈 것으로 봤다. 미국은 상황이 확실히 나아졌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중국 요인에 제일 민감한데 중국이 7% 이상 성장하면 연착륙한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중국에서 생길 수 있는 비정상적인 리스크를 조심해야 합니다. 일본은 경기가 일단 회복됐어요. 하지만 구조개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내년에 소비세를 인상하면 재정부담이 생깁니다. 아베노믹스가 단기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금리가 올라버리면 아무것도 안 되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실패한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절반만 실패해야 해요. EU는 재정 문제가 근본 원인이기 때문에 최근 사정이 나아졌지만 다른 요인이 생기면 곧바로 위험도가 올라갈 겁니다. 오래간다고 봐야죠."
He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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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원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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