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을 깨고 지난달부터 '미국 달러화 약세-유로화 강세' 장세가 연출되면서 환율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가에서는 유럽의 디플레이션 공포 진정, 유럽 국채의 매도세 지속, 미 경제지표 둔화 등의 여파로 단기적으로 유로화가 더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빠르면 1~2개월 내로 강달러가 귀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1유로=1달러'를 뜻하는 '패리티'가 올해 안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만만찮다.
◇유로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악' 소리=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지수는 93.16을 기록하며 3개월여 만에 7.4%나 급락했다. 달러·유로 환율은 유로당 1.1451달러를 나타내며 유로화 가치는 지난달 10일 이후 달러 대비 7.6%나 급등했다. 예상을 깬 유로화 강세에 유럽의 저금리 자금을 빌려 다른 나라의 자산에 투자하는 유로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환차손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18일 블룸버그는 UBS그룹 자료를 인용해 유로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손실액이 올 3월 이래 3.5%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강달러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것은 미 경제가 글로벌 경기둔화, 달러 강세 등의 역풍을 만나 소프트패치(경기 회복기의 일시적 하강)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가 8~13일 이코노미스트 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2·4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7%로 한 달 전보다 0.4%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것도 달러 약세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전문가 조사에 따르면 통화정책 정상화 시기로 9월을 예상한 응답자는 73%에 달했다. 올 3월과 4월 조사에서는 '9월 전망'이 각각 38%, 65%에 머물렀다.
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기회복 기대감 확산은 유로화 가치 상승을 이끌고 있다. 13일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는 1·4분기 유로존 성장률 예비치가 0.4%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독일 등 유럽 국채 수익률 급등으로 유럽 투자의 매력이 커진 게 유로화 강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은 추가적인 달러 약세를 예상하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12일 현재 투자자들이 달러화 강세에 베팅한 순투자금은 290억달러로 전주보다 8.2% 줄면서 7주 연속 감소했다.
◇"빠르면 1~2개월 내 강달러 귀환"=하지만 최근 유로화 강세는 일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 1·4분기에 유럽의 성장률이 미국을 앞지르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줄었지만 미 경기 회복세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유럽중앙은행(ECB)은 내년 여름까지 양적완화 정책 지속을 예고하는 있는 반면 연준은 올해 안으로 통화긴축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CNBC가 4~6일 환율 전문가 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올 6월과 연말 달러·유로 환율 평균 전망치는 각각 1.064달러, 1.024달러였다. 특히 응답자의 절반은 올해 안으로 패리티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은행의 마크 챈들러 수석 전략가는 "단기적으로 달러화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추가 하락할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유럽 간 경제 펀더멘털과 기술적 요소를 고려할 경우 달러화가 추가 하락할 경우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인 글루스킨셰프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지만 유로화에 비해 여전히 1년 전보다는 17%나 높다"며 "최근 유로화 랠리는 일종의 반작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달러화 가치는 지난해 5월부터 올 3월까지 유로화 대비 30%가량이나 올랐다.
또 유로화 강세를 이끌고 있는 유럽 국채 투매 사태가 조만간 진정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유럽 국채 수익률 급등은 투기 거품이 빠지고 있는 과정으로 독일 국채 수익률이 1.0% 이상으로 오르기 힘들다는 것이 파이낸셜타임스(FT)의 설명이다. 다만 미국 경제지표의 부진이 이어지고 유럽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된다는 신호가 나올 경우 유로화 강세가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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