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백44는 최선이었을까. 백44면 흑은 무조건 45 이하 53의 정석을 선택하게 된다. 최근에 이 정석은 프로기사의 실전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 패턴이다. 흑의 실리가 너무 좋다는 것이 그 이유. 그런데도 장쉬는 백44를 선택했다. “최선이라기보다 다른 방책이 없어요. 그게 바로 최선이라는 말이 되나.”(원성진 8단) 참고도1의 백1로 고자세를 취하는 방책도 이따금 쓰인다. 흑이 우상귀의 실리를 취하면 백은 A로 눌러갈 수가 있다. 그러나 흑은 귀의 실리를 탐하지 않고 대뜸 흑2, 4로 둘 것이다. 대략 흑14까지가 예상되는데 흑의 외세가 너무도 좋아보인다. 수순 가운데 백7로 8의 자리에 이으면(최규병 9단은 백이 일단 그곳을 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흑은 B로 왼쪽에 거대한 모양을 키워 역시 흑이 유망하다. 백54에 3분. “설마 상변을 움직이지는 않겠지?”(필자) “무슨 소리야. 축이잖아.”(서봉수 9단) “그래도 무슨 양동작전이 있을 것도 같아.”(필자) “말해 보셔.”(서봉수) 상변쪽 백을 움직인다는 것은 참고도2의 백1을 말함인데 축머리만 좋다면 백이 유력한 진행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흑2 이하 8로 간단히 축에 걸린다. 축머리를 이용하여 좌하귀쪽 백 2점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 필자가 말한 양동작전의 포인트였다. 그러나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