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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商道 없이는 대북 사업도 없다

[기자의 눈] 商道 없이는 대북 사업도 없다 산업부 민병권 기자 newsroom@sed.co.kr “대북 투자요? 상도덕이 없는 국가에 어느 기업이 진출하려고 하겠습니까.” 국내에 진출해 있는 한 유럽계 전자 업체의 사장은 며칠 전 북한 진출 의사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잘라 말했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개성공단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설명회까지 참석하며 공장 건설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입장이 순식간에 돌변한 것이다. 이 업체가 대북 투자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탓이 아니다. 우발적인 정치 사태에 따른 단기적인 리스크는 어느 정도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는 최근 북측이 대북사업권자인 현대그룹에 대해 부리는 ‘행패’였다. 북측이 당초 합의 사항과 달리 현대아산 측에 금강산 관광 이외의 사업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몽니를 부리면서 사업상의 신뢰가 와르르 무너져버린 것이다. 외국계 기업인들은 “우리 회사가 계약서만 믿고 북한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현대그룹과 같은 꼴을 당하면 어떻게 합니까”라며 현대아산 사태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비단 한 업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달 개성공단의 외국인 투자설명회에 참석했던 많은 기업인들은 하나같이 개성공단의 사업성에 감탄하면서도 북한을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신뢰하기 쉽지 않다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사실 북측이 최근 연거푸 악수만 두지 않았어도 민간 차원에서의 외자 유치는 하반기부터 순풍을 탈 수 있었다. KOTRA만 해도 연내에 유럽의 주요 국가를 돌며 유망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대북 진출을 독려하는 사업설명회를 열 예정이었고 주한 외국기업 중 일부 대기업은 본격적으로 개성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꼬이면서 모든 사업들이 올스톱된 상태다. 북한이 경제 개방 실험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려면 사업과 외교는 다르다는 것을 먼저 배워야 한다. 외교 세계에선 정세에 따라 어제의 적을 오늘의 동지로 만들 수 있지만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한번 신의를 잃은 파트너를 아무도 되돌아보지 않는다. 상도 없이는 사업도 없는 것이다. 북측은 그동안 현대아산과 갈등을 겪을 때마다 ‘신의’를 명분으로 내세워왔다. 그렇다면 이제는 진정한 신의가 무엇인지 실천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매듭은 묶은 사람이 먼저 풀어야 하지 않는가. 입력시간 : 2006/07/2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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