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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4월 1일] 위기극복의 유전자

전세계 경제가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중국경제는 정부의 믿음직하고(중국 국민의 입장에서) 강력한 역할에 힘입어 부분적이나마 회생의 기운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국 현지에 진출한 삼성과 현대차, LG전자 등 우리 대기업들의 실적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특히 베이징현대차의 경우 올해 들어 월간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벌써 두 차례나 갈아치웠고, 지난 26일에는 중국 진출 사상 최단기간에 연간 10만대째의 차량을 출고했다. 현대차의 호황은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자동차산업 부양책 덕분이다. 배기량 1,600cc 이하 차량에 대해 구입세를 깎아주고, 농민들의 경우 차량구입비까지 정부가 보조해주는 정책은 소형차에 강한 현대차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하지만 현대차 경영진은 유연한 생산시스템과 고도의 품질관리, 직원들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이처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일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베이징현대차는 지난해 8월 베이징올림픽 기간 동안 중국 정부의 교통규제 때문에 공장을 하루에 8시간 밖에 가동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생산차질이 빚어졌을 때 다른 업체들과는 달리 감원하지 않고 직원들을 정상출근 시켜 다양한 품질교육을 실시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신뢰를 갖도록 했고, 이것이 요즘 호황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박근희 중국삼성 사장은 최근 중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 사람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위기극복 유전자의 가장 핵심적인 구성요소는 ‘신뢰’다. 상호신뢰를 밑거름 삼아 위기의 실체를 직시하고 경영진과 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극한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경쟁력을 키우다 보면 위기를 기회로 뒤바꿀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생긴다는 게 박 사장의 설명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국민도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강인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 같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초 두 차례의 오일쇼크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등 세 차례의 절대위기를 거뜬히 이겨낸 우리 국민에겐 분명 뭔가 남다른 힘이 있다. 우리 국민의 이 같은 위기극복 유전자만 발휘된다면 지금의 위기도 능히 극복할 있다. 이제라도 대통령과 정부가 위기의 실상을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알리고 누가 보더라도 불편부당(不偏不黨)하게 여겨지면서도 확고한 해법을 내놓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지도자와 국민 사이에 믿음이 생기고 국가의 힘이 분산되지 않는다. 꽤 오래 전 얘기지만,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적이 있었다.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 아니길 바란다. 만일 아직도 정치가 4류라면 우리 국민은 너무 불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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