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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GM 교훈 잊었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미국 산업계는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다. 전쟁기간 일시적으로 조성됐던 협력적인 노사관계는 전쟁이 끝나자마자 억눌렸던 욕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이후 3년 동안 파업 건수가 무려 5,000건에 달했다.

이처럼 노사관계가 꼬여가자 GM의 경영진들은 파업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전전긍긍했다. 임금을 대폭 올려주는 것도 부담스러워했다. 그 와중에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임금인상 대신 연금과 의료보험 혜택을 요구하자 경영진은 이를 덜컥 수용하고 말았다. 바로 '디트로이트 협약'이다. 1948년 GM을 시작으로 UAW와 3대 자동차 제조업체 간에 체결된 이 협약은 그 후 수십년 동안 미국 자동차 산업의 노사관계를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았던 이 협약은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이른바 '유산비용'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재직 중인 근로자는 물론이고 퇴직자와 그 가족들에게도 연금과 의료보험 비용을 지급해야 했다.

연금 등 과도한 유산비용이 경영 발목

제도를 처음 도입하던 당시만 해도 별 부담이 안됐던 이 유산비용은 1970년대를 거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1990년대 후반 무렵에는 GM의 생산현장에 근무하는 직원은 18만명인데 반해 연금과 의료보험 혜택을 책임져야 할 퇴직자 수는 무려 40만명에 달했다. GM이 1993년부터 2007년까지 15년 동안 지출한 유산비용이 무려 1,030억달러(1,156조원)에 달했다. 결국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GM은 2009년 6월1일 유산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내기에 이르렀다.

4년 전 미국의 상황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근로자들의 연평균 총 소득은 1억원에 달한다. 이는 300인 이상 대기업(5,128만원)의 두 배이고 5인 이상 사업체 상용근로자 소득(3,720만원)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면 이렇게 많은 임금을 받는 현대차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노동시간(HPV)을 보자. 현대차 앨라바마 공장이 14.6시간이고 북경현대가 19.5시간인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공장은 각각 28.9시간과 31.3시간이다. 이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GM(23시간)이나 포드(21.7시간)보다 길다. 그만큼 국내 자동차의 생산성이 낮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현대차 노조는 연일 무리한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주문이 몇 개월치나 밀린 가운데서도 수당에 대한 이견을 이유로 3개월 가까이 주말 특근을 거부해왔다. 특근거부로 인한 생산 피해액만 무려 1조6,000억원에 달한다.

노조측이 임ㆍ단협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보면 더 기가 찬다. 노조측은 산재 치료나 교육 등에 따른 한시적인 인력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정규직을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조합 집행부 간부와 대의원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 민ㆍ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말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현재 3자녀까지 대학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것과는 별개로 대학에 안가는 자녀에게 기술취득 지원금을 달라는 터무니없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현대차노조 잇단 무리수 우려 목소리

GM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복지비용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회사는 감당할 수가 없다. 특히 지금 엔저로 인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에서 일본 업체들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임금을 받는 현대차 노조가 계속 무리한 요구만 한다면 과거 GM과 같은 일을 겪지 말라는 법이 없다.

강성노조로 인해 국내 공장의 경쟁력이 약해지면 현대차는 결국 해외 생산을 늘리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는 고스란히 자신들과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피해로 돌아온다. 현대차 노조는 스스로 제 밥그릇을 걷어차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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