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명단에 한국인이 올해 처음 이름을 올릴 기대가 높아졌다. 주인공은 '빅 보이' 이대호(33·소프트뱅크 호크스·사진)다. 지난 13일 오릭스 버펄로스전 시즌 25호 3점 홈런으로 일본 진출 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다시 쓴 이대호는 사흘 만인 16일 다시 홈런포를 가동했다. 26개로 홈런 기록을 연장한 것. 올 시즌 세이부 라이언스전에서만 홈런이 없었는데 이날로 전 구단 상대 홈런 기록도 완성했다. 13일까지 이어졌던 4경기 연속 홈런을 포함해 이대호는 최근 7경기에서 5개의 대포를 몰아치고 있다.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에선 '종전기념일'인 15일 세이부전에서 3타점 2루타 등 2안타 3타점을 올린 이대호는 16일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계속된 세이부와의 홈경기에서는 팀이 얻은 4점을 모두 책임지는 괴력을 과시했다.
1회 말 2사 2루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낮은 직구를 밀어쳐 2점 홈런을 만든 이대호는 2대0으로 앞선 3회 2사 1·2루 풀카운트에서 다시 직구를 공략해 가운데 펜스 상단을 직접 맞히는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4대5로 뒤집힌 6회 1사 후에는 초구를 강타해 오른쪽 펜스를 곧바로 맞혔다. 걸음이 느린데다 타구도 워낙 빨라 1루에 멈췄다. 8회 마지막 타석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4타수 3안타(1홈런) 4타점 1득점. 팀은 4대6으로 역전패했지만 3연전을 2승1패로 마쳤고 이대호는 시즌 타율을 0.316에서 0.321(365타수 117안타)로 끌어올렸다. 79타점에 56득점.
올 시즌 들어 팀 작전상 우치카와 세이치에게 4번 타순을 양보하고 내내 5번을 맡았던 이대호는 우치카와의 부상으로 최근 4경기 연속 4번으로 나왔다. 세이부 4번 타자 나카무라 다케야와의 자존심 대결은 그래서 더 불꽃이 튀었다. 나카무라는 이미 시즌 30홈런을 넘겨 강력한 퍼시픽리그 MVP 후보로 꼽힌다. 이대호와 나카무라는 이번 3연전 동안 그야말로 막상막하였다. 14일 첫 경기는 나란히 1안타. 15일에는 이대호가 2루타 등 2안타 3타점을 올리는 동안 나카무라는 1안타를 시즌 33호 3점 홈런으로 장식했다. 16일에는 이대호가 타점 잔치를 벌이는 사이 나카무라는 3타수 무안타에 1득점 2볼넷에 그쳤다. 5대4로 세이부가 앞선 7회 초 1사 만루에서 내야 뜬공으로 물러난 게 나카무라로서는 가장 아쉬웠다.
나카무라는 33홈런에 106타점 66득점의 무시무시한 성적을 내고 있지만 타율(0.283·407타수 115안타)이 상대적으로 낮다. 세이부가 49승5무55패로 리그 4위에 머물고 있는 것도 아쉽다. 반면 이대호가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67승3무33패로 승률 0.670을 찍고 있다. 리그 1위는 사실상 확정했고 센트럴리그를 포함해 12개 전체 구단 중 승률 1위다. 시즌 종료까지 이대호에게 남은 기회는 41경기. 지금처럼 몰아친다면 MVP 수상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한편 11승3패에 평균자책점 2.28을 기록 중인 니혼햄 파이터스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도 나카무라와 함께 MVP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퍼시픽리그 MVP는 모두 투수였다. 마지막 타자 MVP는 2011년 소프트뱅크의 우치카와였다. 타율 0.338로 양대리그 통틀어 타격왕에 올랐고 12홈런에 74타점을 보탰다. 덧붙여 일본 시절의 이승엽은 2006년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속으로 타율 0.323에 41홈런 108타점을 올렸지만 MVP는 타율 0.351를 기록한 후쿠도메 고스케(주니치 드래건스)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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