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국제적 공조를 위해 출범한 G20 체제가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새 판을 짜는 세계경제협의체로 자리잡게 됐다. 이에 따라 서방 중심의 기존 G7(러시아 포함 G8)은 군사ㆍ외교적 협의 채널로 전환하게 된다. 금융위기 이후 부쩍 발언권이 세진 이머징 마켓의 경제적 파워가 국제적으로 공식 인정받게 된 셈인 동시에 미국 슈퍼파워의 상대적 추락이다. 그러나 회원국이 늘어난 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질 것으로 보여 G20이 구속력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 위기 이후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하는 데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 또한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190여개 회원국인 모인 UN처럼 상징성은 높지만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상 선언문은 G20을 글로벌 경제 협력을 위한 핵심적 포럼으로 제도화하기로 합의했다. 위기 대처를 위한 일시적 협의체가 아니라 상설화함으로써 G7 체제를 대체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G20은 매년 개최되는 상설 최고협의체(the premier forum)로 G7을 대체하게 된다. 특히 G20은 금융위기 이후의 화두인 균형 성장과 금융시스템 개혁은 물론 기후온난화와 무역 자유화 등 글로벌 경제이슈를 포괄하게 돼 종전 G7 체제 때의 논의 구도도 보다 더 확대됐다. G20은 당초 지난 1999년 아시아 외환위기 수습 과정에서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제 모임으로 출발했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정상회의로 협의체가 승격됐고 이번에 연례 상설회의로 확정되면서 발족 10년 만에 명실상부한 최고 협의체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정상회의 이후 "앵글로색슨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라며 서구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의 종언을 인정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석 연구원 콜린 브래드포드는 "G20은 G7의 확장이 아닌 대체"라며 "서방 국가 중심의 G7을 벗어나 다자간의 의사결정이라는 새로운 국제 경제 공조에 대한 틀이 세워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머징 마켓의 파워는 미국이 주창해 이번 회의의 핵심 이슈였던 글로벌 불균형 해소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의 불균형에서 초래됐다고 판단한 미국은 지속 가능하고 균형된 성장을 위해 불균형 시정을 이슈화했다. 미국은 혼자서 세계의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신 이머징 마켓에 권한을 더 부여하는 동시에 책임 또한 부담 지우고 있다. G20 정상들은 이를 위해 심각한 무역적자를 겪고 있는 미국은 저축을 늘리고 재정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반면 중국 등 무역 흑자국들은 내수를 증진시켜 국가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미국이 주도한 글로벌 균형 성장론은 곧 미국이 보유한 유일 패권의 다원화인 동시에 세력 균형화를 의미한다. 미국은 패권의 상징인 달러약세를 방관함으로써 무역불균형 문제 해소를 통해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있는 성장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회의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세계 경제를 벼랑에서 구해냈다"며 "G20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초석을 다졌다"고 G20 체제 구축에 대한 의미를 설명했다. G20이 명실상부한 새로운 경제 질서를 모색하는 협의체로 발돋움했으나 이에 대한 회의론 또한 적지 않다. G7 내부에서조차도 이견이 노출되는 마당에 회원국 수가 늘어남에 따라 실천력 있는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경제 규모는 크지만 지역배분 원칙에 따라 G20에서 빠진 스페인과 네덜란드ㆍ싱가포르 등이 G20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G20이 의미 없는 합의만 도출해 유엔처럼 무기력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구속력 확보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정상들은 많은 원칙에 합의했으나 합의에는 구속력이 없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실제로 균형 성장을 모색하기 위한 협력체제(framework)를 오는 11월 재무장관회의 때 출범시켜 각국의 거시정책을 상호 평가하기로 했으나 각국 정책이 이런 합의에 어긋날 경우 어떻게 제재할지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했다. 중국이 수출 드라이브를 걸고 미국이 재정적자를 부풀려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또 기후변화 문제도 다루기로 했으나 최대 쟁점인 선진국의 후진국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정책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선언적 의미를 벗어나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 개혁과 기후변화 등 다양한 과제에 대해 '컨센서스'라는 이름으로 '이빨 빠진' 합의를 도출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먼 존슨 MIT교수는 "이번 합의 내용은 실망스럽다"며 "G20은 앞으로 가치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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