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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의 야트막한 산자락에 자리잡은 단독주택 '바라움'은 집과 길사이의 경계를 허문 작품이다. 길이 끝나는 곳, 현관이 있어야 할 건물의 정면에는 문 대신 길의 입구가 있다. 건물의 안까지 들어온 길로 인해 'ㅠ'자형의 건물은 각각 독립적인 생활을 꾸릴 수 있는 세 개의 매스(mass)로 나뉘어진다. 각각의 매스는 '스킵 플로어(반 층씩 올라가면서 공간을 분리하는 설계)'로 이뤄진 동선을 통해 공간구성을 최적화했다.
길을 따라 오르다 처음 만나는 문은 임대를 목적으로 나머지 두 개의 매스와 완벽하게 분리된 가구의 출입구다. 출입구보다 낮은 높이에 거실이 있고 2층에는 주방ㆍ식당ㆍ자녀방이 있다. 다시 2층에서 계단을 타고 반 층 올라서면 외부로 훤히 뚫린 창문을 가진 부부침실이 자리잡고 있다.
주인가구는 건물 가운데 길을 따라 올라선 2층 문을 통해 들어설 수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응접실로 이어진 창과 바깥마당이 시야에 들어온다. 신발을 벗고 툇마루에 올라서면 주방, 식당, 응접실, 방으로 구성된 공간이 별채로 구성돼 있다. 이 공간도 스킵플로어를 통해 건물 앞쪽 오른편에 위치한 두 번째 매스와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이기옥 필립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길을 오르고 시선을 돌리면 다시 새로운 공간이 나타나는 행위의 과정을 건물에 담고 싶었다"며 "내부 공간 사이를 이동하고 머무는 동선의 움직임과 행위 변화가 곧 건물의 형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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