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은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고에 대한 늑장대응과 '아베노믹스'의 성과 부진으로 압박을 받아온 아베 신조 정권에 강력한 돌파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각종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희석되고 있던 마당에 성사된 올림픽 유치는 아베 총리와 그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언론들은 원전 사고와 한국ㆍ중국과의 외교적 갈등으로 위축된 일본의 입지가 이번 기회에 회복될 것이라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아베 총리는 7일(현지시간) 올림픽 개최지 결정 직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올림픽 개최는 디플레이션 탈출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올림픽이 아베노믹스의 '제4의 화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금융완화, 재정지출 확대, 성장전략 등 아베노믹스의 '세 개의 화살'에 이어 '네 번째 화살'을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 언론과 경제분석가들도 일본이 지난 1964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선진 산업국가 대열에 진입한 것처럼 이번 올림픽이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제2의 부흥기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껏 기대에 들떠 있다. 히로미치 다무라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는 "2020년 올림픽은 '일본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일본 정부가 산정한 올림픽의 직접적 경제효과는 향후 오는 2020년까지 약 3조엔 정도로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앞서 대형 국제경기를 유치한 국가들이 과도한 인프라 투자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후유증을 겪은 사실을 의식해 '콤팩트 올림픽'을 표방하면서 무리한 개최비용 지출을 자제할 방침이다. 실제 올림픽 개최를 위한 일본의 신규 투자계획은 약 1조엔(100억달러)에 그쳐 2012년 런던올림픽의 400억달러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430억달러를 크게 밑돈다.
그러나 간접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다이와증권은 향후 관광산업 증가 및 소비심리 회복 등을 감안한 경제효과가 95조엔에 달하며 앞서 아베 총리가 발표했던 국토개발(국토강인화) 계획까지 감안한 총 파급효과는 150조엔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신문은 "아베 총리의 성장전략이 가속화하면서 닛케이평균주가지수는 연말에 1만8,000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올림픽 개최지 선정이 일본 경제에 날개를 달아주는 데 그치지 않고 원전 사고 처리에 대한 일본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2년반이 지났음에도 일본 정부가 사고수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대량 유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이 자칫 원전 사고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원전 처리를 운영사인 도쿄전력에만 맡겨뒀던 아베 정부는 국내외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를 앞두고 부랴부랴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정부가 나서겠다는 점을 부각시켰지만 이러한 대책들도 이미 나왔거나 검토 중인 대책을 재탕한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뉴욕타임스(NYT)는 "원전 반대 운동가들이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원전 방사능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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