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는 개교 66주년을 맞아 11일‘비전 2030’을 선포했다.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100대 대학으로 도약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하지만 비전 2030을 선포하던 날 부산대는 오히려 대형 비리 사건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궁지에 몰리는 ‘굴욕’을 맞게 됐다.
검찰이 부산대 교내 쇼핑몰 '효원 굿플러스'와 기숙사 건립 등 각종 민간투자사업을 둘러싼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검찰 수사 본격화
부산지검 특수부(황의수 부장검사)는 부산대 내 생활관과‘효원 굿플러스(현 NC백화점ㆍ사진)’등 수익형 민자사업(BTO) 진행 과정에서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이날 광범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우선 생활관 비리와 관련해 지난달 13일 생활관 건물 등 관계 시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운영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생활관 관리 기능직 6급 교직원 신모(54)씨를 구속했다.
또 학생들이 낸 생활관 비용 중 약 20여억 원가량이 생활관 운영에 사용되지 않고 학교발전기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현재 금품수수의 연결 고리와 생활관 운영비가 학교 발전기금으로 흘러 들어 간 것이 윗선과 연관 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이번 검찰의 수사는 기숙사와 굿플러스 건립을 둘러싼 학교발전기금 비리와 이면계약 존재 여부, 각종 계약의 위법성 여부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교내 쇼핑몰 사업과 관련 부산대 측이 시행업체인‘효원이엔씨’에 크고 작은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일어왔다.
실제로 부산대는 사업 진행과정에서 ‘효원이엔씨’가 자금난을 겪자 BTO 사업 해지를 막기 위해 대학발전기금을 활용하도록 했다.
또 이 회사가 금융권에서 400억원을 대출 받을 수 있도록 학교 측이 기성회비 등으로 은행 담보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부산대가 시행업체에 특혜를 제공했거나 사업 계약 및 대출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 계좌 추적을 통해 자료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사업을 주도했던 전임 총장 등 핵심 관련자 들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향후 파장은?
‘효원 굿 플러스’사업은 착수 당시인 지난 2005년부터 학내 대다수 구성원이‘대학 캠퍼스를 상업화한다’며 반대여론을 냈지만 강행됐다.
전임 김인세 총장 당시 이뤄진 이 사업은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각종 특혜와 관련자 금품수수 등 비리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학이 민자 수익 사업을 빌미로 학생 등록비를 담보 삼아 대형 커넥션 비리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지역 사회로부터 엄청난 ‘공분’을 살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는 올 초에도 총장 선거를 둘러싸고 후보자 난립에 따른 각종 부정선거로 홍역을 치른바 있다. 당시 지역에서는 “부산대 총장자리가 과연 어떤 자리이기에 이처럼 과열 양상을 빚는가”라는 논란이 가득했다. 이 같은 와중에 이번 민자사업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가뜩이나 땅바닥에 떨어진 부산대의 신뢰도는 당분간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대 재정 파탄 위기?
부산대는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이번 민자 유치사업의 실패로 대학 재정이 파탄 날 위기에 봉착했다.
문제의‘효원 굿플러스’는 부산대가 지난 2006년 시행사인 효원이앤씨와의 협약을 통해 교내 입구부지에 대형 쇼핑몰을 건립한 것으로 이 건물은 지난 2009년 완공됐다.
수익형민자사업(BTO) 방식으로 추진된 이 쇼핑몰은 시행사인 효원이앤씨가 1,104억 원을 투입해 건립됐으며 완공 뒤 부산대에 기부채납하고 효원이앤씨가 2009년부터 2039년까지 30년간 이를 관리·운영하기로 양측이 협약을 맺었다.
효원이앤씨가 금융권으로부터 400억 원의 대출을 받아 시작된 이 사업은 건물 완공 뒤 극심한 상가 분양 부진으로 대출금 상환을 제대로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효원이앤씨는 지난 2010년 대출금 400억 원의 상환 만기일이 도래했지만 이를 갚을 수 없게 되자 부산대의 보증을 받아 그 해 10월 사모펀드를 조성, 한 차례 위기를 넘긴 바 있다.
현재 대주단에 효원이앤씨가 매년 지급해야하는 이자는 무려 36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2012년 상반기 이자 상환일이 도래했는데도 이를 갚지 못하자 대주단은 부산대로 서면 통보를 보낸 상태다. 주무관청인 부산대는 시행사인 효원이앤씨가 대출금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 30일 이내에 대신 내야 하는데 이를 어길 경우 사업 해지 수순을 밟도록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오는 20일까지 이자를 못 내면 대주단의 결정으로 사업 자체가 해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사업비 전액을 주무관청인 부산대가 부담해야 한다. 사업해지로 부산대가 떠 안아야할 부채 규모는 약 8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철저한 수사”촉구
시민들은 이번 ‘부산대 민자 사업 비리 사건’소식을 접하자 대부분“철저한 수사로 비리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민 조모씨(51ㆍ사하구 신평동)는 “가뜩이나 등록금 문제로 학부모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대학측이 학생 등록금을 담보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것은 국립대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시민 윤모씨(48ㆍ남구 대연동)는 “이번 사태는 국립대에서 빚어진 일인 만큼 검찰 수사 외에도 정부 교육당국도 책임자 처벌 등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시민 장모씨(45ㆍ해운대구 좌동)는 “부산대가 이 같은 비리더미속에 2030 비전을 선포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얄팍한 처사로 밖에 안보인다”며 “부산대가 대학 경쟁력 강화는 외면한 채 이 처럼 비리에만 엮여 있으니 갈수록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