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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CD 금리 논란과 소통 부족


금상첨화면 좋겠는데 설상가상의 모습이 겹쳐지는 분야가 바로 최근의 금융산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유럽발 재정위기까지 발생하면서 금융산업은 위기의 주범이자 전염의 주체로서 온갖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월가 점령시위 이후 조금 조용해지나 했더니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리보(LIBORㆍ런던은행 간 금리) 조작 스캔들이 터지면서 다시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정책협조·조율과 담합 구분해야

주지하다시피 리보는 유로달러 시장에서 출발한다. 2차대전 이후 냉전기에 접어들면서 옛 소련과 동구권은 자신이 보유한 달러 자산을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 대신 가깝고 접근이 편리한 영국 금융시장에 예치하기 시작했다. 달러 표시 자금이 미국을 벗어나 유럽 지역에서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유로달러라는 명칭이 일반화됐다. 미 통화당국의 규제를 벗어나 비교적 자유롭게 달러 자금이 유통되는 역외시장이 발달하기 시작하자 기준금리의 필요성이 제기돼 런던 은행연합회는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리보를 발표했다.

이후 리보는 자금수급 상황을 잘 반영해 조정이 즉시 이뤄지면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금리지표로 자리 잡았다. 변동금리부 대출이나 채권, 그리고 유로달러 선물이나 금리 스와프 등 다양한 상품에 이 기준금리가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리보의 결정 방식은 좀 독특한 데가 있다. 은행끼리 자금을 조달하면서 실제 거래된 금리를 물어보지 않고 '자금거래를 할 경우 얼마가 될 것 같은가'라는 일종의 예상치를 질문하게 돼 있다. 그것도 대형 은행들만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담합적인 요소가 내재돼 있다. 물론 금리를 일부러 낮게 보고하거나 트레이더의 요구를 받아들여 잘못된 보고를 한 점에서 바클레이 은행은 명백한 잘못을 했고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이 사건 이후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고 유로 시장이 이 정도니 우리도 비슷한 것 아니냐는 강한 심증을 전제로 수많은 비판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주지하다시피 금융정책당국은 민간 금융기관과 협의ㆍ조정을 통해 정책을 시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을 금융기관들이 다같이 시행할 경우 이를 정책협조 내지는 정책조율의 결과로 볼 수도 있지만 뒤집어보면 정책당국이 금융기관 간 담합을 유도했다는 비판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자금거래의 근본이 되는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에 의해 정해지고 이러한 기준금리를 전제로 CD를 발행하는 은행들 간에 금리와 관련해 어느 정도 조율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면 이러한 조율 과정을 담합의 시각으로만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또한 CD는 은행이 발행하지만 증권회사들이 유통시키면서 금리를 보고한다는 점에서 은행과 증권사들이 모두 담합을 하기는 힘들다는 면도 고려 대상이다.

영국 금융당국 수시 의견조율 참고를

이렇게 보면 영국 같은 국가에서 공정거래당국과 금융감독당국의 관계자들이 수시로 비공식적 회합을 가지면서 다양한 의견 조율을 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사태를 계속 지켜봐야 하겠지만 의혹 제기가 지나칠 경우 우리 금융시장의 대외신인도 하락과 신뢰 상실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으므로 매우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잘못된 점이 있다면 확실히 바로잡되 금융정책 시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조정ㆍ조율 및 협조 행위와 담합 행위의 경계선을 지혜롭게 책정하면서 공정거래당국과 금융감독당국 간의 소통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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