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취임 이래 미국과 중국, 러시아ㆍ베트남을 순방하면서 이전의 지도자들과는 다른 유형의 접근을 시도하며 적지 않은 외교적 성과를 쌓아왔다. 주로 경제에 치우쳤던 이전과 달리 정치ㆍ경제ㆍ문화 등에 걸쳐 한국의 지위를 다져왔다. 대통령 자신이 한류를 전파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어머니를 흉탄에 잃는 불행을 겪었지만 20대 초중반부터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아 몸에 축적된 국가원수로서의 품격과 세련된 언행이 한국 외교의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아쉬운 점은 외교와 달리 내치와 경제 부문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야 국내외 여건이 좋지 않고 회복세를 장담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정치의 복원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 정쟁을 피한다고 하지만 야당과의 소통이 정치 안정의 기본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국내 정치는 대립과 갈등의 확산 일변도를 걷고 있다. 걸핏하면 장외 투쟁을 부르짖고 사안마다 대통령의 책임을 주문하는 야당의 무리수도 무리수지만 여당인 새누리당까지 보이지 않을 정도인 청와대의 독주와 소통부재 역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벌써부터 소수의 측근과 권력기관에 의존하는 정치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판이다.
마침 일부 정부 부처와 공기업의 인사가 대기 중이라는 사실은 청와대가 국민 여론과 소통을 중시하고 있음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를 시발로 야당과 소통에 나선다면 꼬인 정국도 풀릴 수 있다. 국민은 외교적 성과에 걸맞은 내치 성적표를 원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