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시론/7월 21일] 자동차산업, 성공의 덫
입력2008-07-20 18:18:06
수정
2008.07.20 18:18:06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듯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이다. 실패가 반성과 교훈을 줬다면 성공은 고집과 독선이 돼 오히려 덫이 될 수 있다. 이를 성공의 덫(success trap)이라 부른다.
잘 될 때는 잘 될 것만 보인다. 이는 자기의 바람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 믿는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sy)현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잘되는 조직일수록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는 쏠림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세계 1등 기업에서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GM의 과거 노조의 행동을 분석해보면서 느낀 바다.
웃음은 아름다운 것인가. 그렇다. 그러면 미운 사람도 웃으면 아름다운가. 아니다. 그건 가장 꼴 보기 싫은 것이다. 이 대답이 지난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결정에 이변을 낳았다. 경제행위는 대상 그 자체보다 대상을 어떤 창(frame)으로 보느냐 하는 심리적 관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재가 많이 몰려 있다는 경제학자 집단에서가 아니라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수상자로 결정됐다. 이처럼 세상을 어떤 창으로 보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성공의 덫은 과거의 성공 경험에 사로잡혀 새로운 변화를 읽지 못하거나 파악했더라도 과거의 전략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된다. 우리 사회에는 IMF 경제위기를 너무 쉽게 넘기는 과정에서 얻은 실패의 교훈과 성공의 덫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문제는 당시 선진국들의 경제가 좋았다는 데 있다. 당시 수출기업들은 경제위기가 위기이기보다는 기회였다. 높았던 원ㆍ달러 환율은 수출시장에서 원가경쟁력을 40% 이상 높이는 일등공신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다시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진짜 큰 문제는 우리의 물건을 사줄 외국의 경제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때 국가 위기였던 IMF를 너무나 쉽게 넘긴 우리의 성공사례가 미래의 새로운 실패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두렵게 다가온다.
조직이 가장 위험할 때는 성공했다는 소리를 들을 때라 한다. 성공을 느끼는 순간 시장과 고객이 잘 안 보이기 때문이다. 성공을 느끼는 순간 의지가 약해지고 긴장이 풀리기 때문이다. 그 순간 기업의 핵심역량도 유연성이 떨어진 핵심경직성(core rigidity)으로 바뀐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자동차산업 비즈니스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진화하고 있다. 체코에 있는 TPCA 공장에서는 토요타ㆍ푸조ㆍ시트로엥 등 3개 회사가 3개 라인 30만대 공장을 지어놓고 각 라인에서 자기네 브랜드 자동차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값싸고 생산성 높은 공장이 있다면 좋은 공장을 만들기보다 그 공장을 임대해 생산하는 비즈니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생산성과 경쟁력이 높은 공장에는 선진 브랜드 업체들이 라인 임대를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꼭 공장을 가져야만 하는가’라는 소설 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등장하고 있다. 마치 일상생활에서 돈 주고 장 봐주는 대리인 같은 직업이 생기는 것처럼 대리공장 사회가 오고 있다. 대리인 사회가 진행될수록 생산성 낮은 공장이 문을 닫는 비율은 점차 높아져갈 것이다. 우리 자동차산업은 어떠한가. ‘이쯤 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성공을 느끼는 순간 위험해진다.
세상의 비극은 똑똑한 남녀가 만나 매일 싸우면서 산다는 것이다. 나만 잘살겠다는 이기심에 사로잡혀 있으면 그 기업생태계는 진화하지 못하고 서로서로 뜯어먹다가 결국 그 플랫폼은 문을 닫고 만다. 선진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 기업이 이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에 눈을 떠야만 하는 이유다.
연례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자동차산업 노사문제에 국민은 이제 지긋지긋해 하고 있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이제 노사 모두 세상 보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으르렁대는 노사가 아니라 남자가 남자에게 반했다는 희소식을 기대한다.
오늘의 핫토픽
![](https://img.sedaily.com/Html/common/footer_logo.png)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