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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자


문화예술인들과 만나면서 좋아하게 된 시(詩) 중 하나가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였다. 특히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고 묻는 구절에서 앞만 보며 살아왔던 과거를 한번 돌아봤던 기억이 새롭다.

과거가 기술ㆍ속도ㆍ자본의 시대였다면 스마트 시대를 이끄는 변화의 키워드는 '인식의 변화' '방향성의 변화'라고 감수성이 풍부한 그들 문화예술인들은 말했다. '기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진정으로 좋은 기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인류가 현재 향유하고 있는 스마트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기술을 쓰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한때 세계 최고였던 대한민국이 세계의 '디지털 2기(期)'를 따라잡지 못한 이유도 우리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한다. 지난 2010년 말 기준 인도네시아 2위, 터키 4위, 필리핀 6위 등 디지털 1기의 열등생들이 소셜네트워크 강국으로 떠올랐지만 한국은 49위로 뒤쳐져 있는 현실을 빗대서 하는 말이다. 한국이 방향의 포착을 놓쳤다는 것이다. 미래학자 롤프 얀센(Rolf Jensen)이 미래사회의 모습으로 '신념을 위한 시장(Market for Conviction)'을 강조한 것도 그 '방향'과 관련이 있다. 사람들이 생태학ㆍ환경, 인간의 권리ㆍ윤리ㆍ동물보호 등 과거에 밀렸던 주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회로 옮아가고 있다는 것이 얀센의 설명이다.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멋진 인물과 인생에 대해 질문할 기회도 많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나룻배의 정신'과 '징검다리의 정신'을 가진 인물을 멋있는 사람으로 꼽았다. 또 이웃과 사회에 대한 기여가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존재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충고도 했다. 그리고 사람은 살아온 궤적이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시점이다. "나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자문하며 그동안 바쁘게 살아오면서 지나쳤던, 겉으로 보기에 초라해 보였던 그 '연탄재'같은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눈길 한번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올 겨울, 그런 게 인생의 맛이라고 대한민국 문화예술인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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