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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위원장의 보수혁신위원회가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혁신안을 보고하였다가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는 것이 세간의 뉴스가 되었다. 그리고 반발한 의원들이 과연 국민의 눈높이를 제대로 알고 있느냐며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에선 혁신은 물 건너갔다고까지 보도되었다. 그러자 혁신위는 또 당지도부가 혁신위를 밀어주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의원들도 언론도 혁신위도 모두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혁신위가 제안한 내용은 1. 2015년도 국회의원 세비동결 2. 체포동의안 제도 개선 3. 출판기념회 전면금지 4. 국회의원 세비혁신(무회의 무세비, 불출석 무세비) 5. 독립적 세비조정위원회 설치 6. 겸직 금지 확대 7.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기능강화 8. 독립된 선거구획정위원회 9. 국민소환제 도입대신 윤리위 강화까지 모두 9가지이다.
이중 의원들이 반발한 것은 체포동의안 제도개선 중 국회 본회의 회부 72시간 경과시 체포동의 간주,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무회의 또는 불출석시 무세비 등 3가지 정도에 관한 것이다. 나머지에 관하여는 큰 이의가 없었다. 윤리특위 기능 강화안은 이미 본 의원이 2012년에 정치쇄신안으로 법안을 발의해 놓은 사안이기도 하다.
먼저 불체포 특권은 헌법에 규정된 권리이므로 국회의원 개개인이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를 기간 경과에 의지하여 체포동의로 간주하게 하는 것은 헌법에 이를 보장한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 또한 이 제도는 정부권력으로부터 국회의원의 의회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주로 야당의원에게 의미가 있다. 그래서 여당이 이를 포기하겠다면서 법제화를 할 때에는 야당의 입장도 고려해 주어야 합리적이다.
그런데 국회 본회의 회부 72시간 경과시 체포동의로 간주한다는 것은 야당의원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불체포특권을 내려 놓는 방법으로서는 영장실질심사 때 자진 출석할 수 있도록 하고 영장심사 결과 기각 사유가 있을 때에는 판사가 즉시 기각하고, 영장을 발부하여야 할 경우에만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구하도록 하면 국회의원들도 체포동의안 표결시에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고자 하는 사안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표결에 동의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질 것이다.
출판기념회 전면금지도 지나친 측면이 있다. 책을 정가로 판매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으냐는 항변에 답변이 궁색해진다. 회계의 투명성 요구로 인하여 출판기념회는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음성적 정치자금 확보의 통로로 이용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출판기념회가 단순히 책을 팔아 돈을 모으는 것만이 아니라 지역구 유권자들이나 지인들을 초청하여 의원의 생각을 홍보하는 기능도 하여 왔다는 점에서 그런 것을 아예 못하게 막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세비문제는 국회의원들로서는 거론하기가 거북한 문제이다. 다만 의원들이 필요한 법안을 제 때 통과시키는 등 제대로 일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거나 국회를 공전시키면서도 세비를 꼬박꼬박 받아가는 것이 국민들의 눈에 거슬리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렇다고 회의 참석일수나 시간을 일일이 계산하여 세비를 감액한다는 것이 반드시 합리적인 것만은 아니다.
정당간에 의견이 충돌할 때에는 회의를 거부하는 것도 의정활동의 한 방법이며, 일정이 겹칠 때에는 부득이 한 쪽을 포기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국회의원의 직무에는 국회에서의 회의 참여 이외에도 지역에서 국민들의 여론을 듣거나 민생현장을 방문하거나 각종 사회적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다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회의 출석 여부만을 기준으로 세비를 조정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세비를 정하는 주체를 국회가 아닌 제3의 독립기구에 맡길 필요는 있고, 또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기는 하나 의원이 구속된 경우에는 일단 세비지급을 중단해 보는 것은 고려해 볼 만한 방안이다. 그리고 국회의 기능이 생산적이 되도록 하는 것은 세비와 상관없이 국회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각성하여 노력하여야 할 영역의 문제이다.
결국 토론 과정에서 의원들이 제기한 문제의식은 상당부분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더욱이 보수혁신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첫 보고를 한다니까 의원들로서는 영국 보수당의 재집권을 가능하게 한 데이비드 캐머런의 ‘진보적 보수’나 또는 노동당 집권의 길을 연 토니블레어의 ‘제3의 길’과 같이 새누리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통 큰 미래비전의 제시를 하는 줄로 알았다가 너무 세세한 이야기를 하니까 다소 실망한 점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정치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하다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혁명을 방지하기 위하여 혁신을 한다는 말을 되새겨야 한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가는 것이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므로 의원들은 문제를 걸러낸 나머지 사항들에 대하여는 모두 추진해 나갈 생각을 하여야 하고, 당지도부는 의원들의 이의를 진지하게 검토하여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아량을 보여야 한다.
혁신위는 앞으로 남은 과제들에 관하여 더욱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하며, 당의 미래비전에 대한 제시도 시도해 주었으면 좋겠다. 국회와 정당을 개혁하되 품위있는 정치가 펼쳐지도록 하였으면 좋겠다. /홍일표 국회의원(새누리당 인천 남구갑 재선·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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