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형제 폐지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이재교 세종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변호사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김희진 사무처장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사진(이재교3)
이재교 세종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변호사


유인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대표로 여야 의원 172명이 공동 발의한 사형제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이달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심사에 들어가면서 사형제 존폐를 두고 논란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15대 국회 이후 사형제 폐지 법안은 6번이나 발의됐지만 매번 소관상임위인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본회의에 상정도 못해본 채 자동 폐기됐다.

사형제 폐지 찬성론자들은 재판부 오판의 가능성과 사형제가 범죄예방에 효과가 없는 사법 살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반면 폐지 반대론자들은 타인의 생명을 무참히 빼앗은 흉악범들의 인권과 생명을 존중해주는 것이 아직 우리나라의 사회 정의 및 법감정과 맞지 않고 사형제가 범죄자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줘 공익적 기능이 크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형제 폐지에 관한 여론은 여전히 '유지'가 우세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7월7~9일 19세 이상 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3%가 유지의견, 폐지의견은 27%에 불과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찬성-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사람 살리는 데 동의하는 사회 만들어야

● 처벌보다 범죄예방 집중할 필요 있어

● 사형은 국가가 행하는 살인일 뿐

● 범죄율 낮추는 효과도 입증 안돼


유엔은 2007년부터 매년 총회에서 전 세계 사형제도의 폐지를 목적으로 사형집행에 대한 모라토리엄(유예)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2014년 12월18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유엔회원 총 193개국 중 117개국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으며 반대가 38개국, 기권이 34개국으로, 지지를 표한 국가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해가 갈수록 사형을 폐지하는 국가는 늘고 집행하는 국가는 줄어드는 경향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977년에 전 세계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한 국가가 16개였던 것을 고려하면 지구상에서 노예제도가 사라졌듯이 사형제도 역시 인류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제도가 되고 있다는 것을 유엔결의안은 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국제적인 흐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형제도의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오래된 논리 중 하나는 사형제도가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맞선 폐지론자들의 오래된 답변은 '그렇지 않다'이다.

유엔은 두 차례 사형제도와 범죄억제의 관계에 대해 조사했지만 그 상관관계를 증명하지 못했다. 캐나다는 사형제도 폐지 후에 살인율이 44%로 감소했고 주(州)마다 다른 제도를 가진 미국은 사형을 폐지한 18개 주의 살인율이 그렇지 않은 주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다. 사형제도가 범죄율을 낮춰줄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대로 다른 방안에 대한 고민이 거의 없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흉악범죄가 계속 일어나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과 전략보다 범죄자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에 더 집중한다. 여성 혹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범이 잡히면 그 범죄자를 처벌할 생각만 하지, 어떤 사회문화적 구조가 이런 연쇄살인범을 계속 낳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사형제도는 이런 면에서 오히려 예방적 차원의 사회문화적 구조의 발전과 개선을 막고 있다.

두 번째로 자주 듣는 논리는 '인권이 왜 가해자만 보호하고 피해자는 보호하지 않느냐'라는 주장이다. 인권을 말함에 있어 피해자의 정의회복과 재발방지를 위해 가해자(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은 핵심 중에 핵심이다. 흉악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당연히 그 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처벌이 또 다른 살인이어서는 안 된다. 사형은 국가가 정의의 이름으로 행하는 계획적이고 냉혈한 살인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국가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사람을 죽이는 일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 피해자 가족들과 또 사건으로 인해 영향받은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앞으로의 방침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한 후 국가는 자신의 역할을 다한 양 이들을 내버려둔다.

이런 논쟁들이 진행되다가 결국 마지막으로 귀결되는 논리가 '시기상조론'이다. 아직은 한국 사회가 더 성숙해야 하고 국민들의 정서도 여기에 반한다는 것이다. 국민 정서는 사회의 지도자들이 변화시킬 수 있다. 그들이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범죄에 대한 예방에 더 집중하고자, 피해자들의 회복을 국가가 책임지고자 하는 통찰을 통해 결정하고 이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이끈다면 국민들도 걱정은 되지만 믿고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17년째다. 사형 선고는 계속되지만 집행은 하지 않고 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면 이제 현실과 형식을 일치시켜야 한다.

2015년 8월 국회를 시작으로 사형존치와 폐지에 대한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10년이 넘게 동일한 쟁점과 주장을 양측이 하고 있는 지루한 논쟁이다. 한쪽에서는 국민들의 법감정, 범죄의 예방, 시기상조를 얘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생명의 존엄성, 오판 가능성, 국제적인 흐름을 이야기한다.



이 여섯 가지 쟁점이 십년 후라고 달라질 것은 없다. 계속 같은 주장으로 가끔 논쟁을 할 테고 한국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게 될 것이다. 이제 사형제도의 존폐는 대통령·헌법재판소, 혹은 국회의 결단에 달려 있다. 미래에 어떤 가치를 한국 사회에 자리 잡게 할 것인지에 대한 통찰력과 그것을 위한 의지와 행동만 남았다. 나는 내 아이가 사람을 죽이는 것에 동의하는 사회보다 사람을 살리는 것에 동의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반대-이재교 세종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변호사

잠재적 피해자 생명 구하는 효과 크다

● 범죄율과 관계 없단건 '통계해석 오류'

● 정치적 남용 우려는 민주주의 적용의 문제

● 피해자 줄이는 일이 진정한 인권보호


지난 7월 국회에 사형제 폐지법안이 다시 발의됐다. 이번이 15대 국회 이후 일곱 번째라고 한다. 대표발의자인 유인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생명은 다른 가치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고 실존의 근거로 절대적 가치를 가진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옳은 말이다. 인간의 생명은 다른 가치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사형제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 사형제를 폐지하면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흉악범죄가 증가하기에 살인피해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형제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500~600명 정도의 살인피해자가 발생하는데 만약 사형제가 폐지돼 10%만 증가하더라도 연 50~60명의 무고한 생명이 추가로 생명을 잃게 된다. 사형제는 이들 잠재적 피해자의 생명을 구하고 있는 셈이다.

사형폐지론자들은 사형은 흉악범죄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2004년 미국의 10만명당 살인희생자의 수가 사형제를 존치한 주는 5.71명, 폐지한 주는 4.02명이라는 통계를 든다. 그러나 이는 통계해석의 오류다. 사형제를 존치하고 있는 주는 살인범죄율이 높기 때문에 폐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주를 보면 알 수 있다. 사형을 집행하지 않던 텍사스주는 1981년 701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해 미국 내에서 살인범죄율이 가장 높게 되자 1982년 사형집행을 부활시켰고 1996년에는 261건으로 63%나 감소했다고 한다(김태욱, 중앙대석사 논문). 과학적인 분석도 있다. 영국은 1966년 사형을 폐지했는데 사형폐지 전후 각 20년간의 살인사건 발생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폐지 후에 60% 증가했다고 한다(김영옥, 전주대 박사학위 논문).

물론 사형제를 폐지한 후 살인사건이 증가하지 않은 예도 없지는 않다. 캐나다와 미국의 일부 주가 그렇다. 그러나 이런 사회는 살인사건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었기 때문에 사형제를 폐지할 수 있었고 그래서 폐지 후에도 감소세가 계속될 수 있었을 뿐이다. 만약 사형제가 폐지되지 않았다면 살인사건이 훨씬 더 많이 감소했을 것이다. 다만 영국은 살인사건이 감소하지 아니함에도 이미 사형이 집행된 사건이 오판으로 밝혀진 데에 충격을 받고 사형제를 폐지했기 때문에 살인사건의 급증을 초래한 것이다.

사형폐지론자들은 오판의 경우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 그러나 오판이 우려되면 오판하지 않을 방책을 찾을 일이지 사형제를 폐지할 것이 아니다. 교통사고로 1년에 4,000~5,000명이 사망하지만 그렇다고 자동차를 없앨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폐지론자들은 대표발의자 유인태 새정연 의원이 직접 경험한 바와 같은 사형의 정치적 남용을 우려한다.

그러나 이는 사형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다. 20세기 중반 남미의 독재자들이 반정부인사들 수천명을 몰래 죽여 암매장하거나 수장한 것이 사형제도가 없었기 때문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살인범죄율은 실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젊은 여성이 심야에 대도시 뒷골목을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에 속한다지만 살인범죄는 그렇지 않다. 대검찰청의 통계를 보면 인구 10만명당 살인사건이 2000년에 2.05명에 이르렀다. 더욱이 2010년에는 2.58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에 독일은 1.25명에서 0.86명으로, 프랑스는 1.74명에서 1.09명으로, 중국은 2.0명에서 1.12명으로, 일본은 0.65명에서 0.4명으로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살인사건율이 훨씬 낮을 뿐만 아니라 감소추세에 있음에도 사형제를 폐지하지 않고 있다. 급격한 증가추세에 있는 우리가 사형제를 폐지했다가 흉악범죄가 급증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사형제만으로 흉악범죄를 억제하는 데에는 물론 한계가 있다. 강력범죄의 검거율을 높여서 범행을 저지르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고 더 근본적으로는 빈곤과 실업·마약 등 흉악범죄가 발생하는 사회적 요인을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살인 피해가 최악의 인권침해라고 볼 때 살인범죄를 억제함으로써 피해자를 줄이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인권보장의 길이고 사형제는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