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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면서 무한 반복 가능한 스윙.'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6·KB금융그룹)의 스윙 특징은 이렇게 표현될 수 있다.
박인비 하면 퍼트 실력을 떠올리는 팬들이 많지만 뛰어난 스윙 리듬이야말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탐내는 보배다. 봄 첫 라운드를 앞두고 '볼이 똑바로 날아갈까' 하는 불안을 느끼는 골퍼라면 박인비의 스윙에서 영감을 찾을 만하다.
박인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똑같은 리듬을 유지한다. 아주 느리게 감아올리는 백스윙은 가장 큰 특징이다. 무한 반복이 가능한 스윙으로 페어웨이를 지키고 그린을 놓치지 않는 게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다. 샷의 일관성은 감각적인 퍼트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밑바탕이기도 하다.
박인비의 일관성 있는 샷의 비결은 편안한 어드레스와 느린 백스윙, 그리고 다운스윙 전에 움직임을 멈추는 것이다.
박인비의 준비자세에서는 긴장감을 찾을 수가 없다. 양 발을 어깨 넓이로 벌려주고 있으며 볼은 왼발 뒤꿈치 바로 안쪽에 놓여 있다.
몸무게는 발의 앞이나 뒤쪽이 아니라 가운데 부분에 실려 발 전체로 지면을 내리 누르는 느낌이 들어 안정된 스윙의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핵심은 백스윙을 천천히 하는 것이다. 박인비의 느린 백스윙은 남자골프 세계랭킹 2위 애덤 스콧(호주)도 참고로 삼을 정도다. 스콧은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최신호에서 "나는 플레이 할 때 박인비를 떠올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박인비는 어떤 선수들보다 천천히, 매끄럽게 테이크어웨이 동작을 취한다"고 말했다. 스윙은 기술적인 요소보다는 템포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백스윙을 천천히 해주면 이후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돼 전체 스윙의 리듬감이 좋아진다.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고 볼을 페이스 중심에 맞히기도 좋아 샷 거리도 늘어난다.
다운스윙을 시작하려는 순간 서두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백스윙을 멈추지 않고 다운스윙으로 전환하려 하면 파워가 빠져나가고 클럽헤드는 궤도에서 벗어난다. 자신의 백스윙 톱 지점을 결정하고 그 위치에서 어깨와 엉덩이, 양팔과 손, 클럽헤드를 동시에 멈춰야 한다. 매끄러운 방향 전환의 비밀도 역시 백스윙을 천천히 하는 것이다.
손목 코킹을 하지 않는 스타일의 박인비는 백스윙 톱에서 오른쪽 팔꿈치가 몸에서 다소 떨어지지만 다운스윙 때 팔꿈치를 몸 가까이 붙여주고 있다. 임팩트 구간에서 오른팔을 쭉 펴주는 폭넓은 폴로스루는 페이스가 더 오랫동안 타깃라인과 직각을 유지하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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