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동십자각] 접시를 깨자
입력2005-01-05 16:48:17
수정
2005.01.05 16:48:17
채수종 <산업부 차장>
‘닭의 해’를 맞아 ‘깨뜨리자’는 말이 유행이다. 닭은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 숙명을 타고났고 잠시도 쉬지 않고 부리로 모이를 쪼며 홰를 쳐 어둠을 몰아낸다. 이런 닭의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판을 깨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접시를 깨자’는 흘러간 유행가와 마찬가지로 성역(性域)과 낡은 관습ㆍ권위주의ㆍ격식ㆍ타성ㆍ불합리ㆍ부조리를 깨자는 것이다.
올해는 특히 많은 기업들이 시무식에서부터 접시를 깨 눈길을 끌었다. 신입사원들이 탭댄스와 타악 퍼포먼스ㆍ합창 등을 선보인 기업이 있는가 하면 사장들이 찹쌀떡과 달걀ㆍ복주머니ㆍ돼지저금통을 나눠주며 ‘직원 챙기기’에 몸소 나선 기업들도 많았다.
어느 젊은 오너 경영자는 평소 아끼던 네잎클로버를 임원들에게 나눠줘 화제가 됐고 어느 경영인은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며 머리 숙여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완전한 파격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시무식뿐만 아니다. 이제 기업에서는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에 이어 최고파괴책임자(Chief Destruction Officer)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기업의 성장과 전진과 변화를 막는 낡은 것들을 빨리 제거하는 책임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삼성은 한국의 기업을 대표하는 국내 최대의 기업집단이다. 한국경제의 4분의1에 해당하는 공룡이다. 하지만 세계시장에서는 여전히 마이너기업에 불과하다. 주류에 끼기에는 덩치가 왜소하고 힘이 부친다.
삼성이 세계 최고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국내 1위, 국내 최고라는 껍질을 깨야 한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는 집 현관에 나무로 만든 닭을 갖다놓고 출퇴근할 때마다 바라보았다고 한다. 작은 성취에 도취돼 ‘껍질 깨기’를 게을리할까봐 스스로 경계하는 표식으로 삼은 것이다.
다른 기업들은 ‘접시 깨기’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파괴는 어느 한사람의 힘만으로는 안된다. 직장인 모두 파괴에 나서야 한다. 국민 모두 앞장서야 한다. 모두가 최고파괴자가 될 때 세계 최고의 기업이 태어나고 2만달러의 벽을 넘어설 수 있다. “자~아, 이제부터 접시를 깨자.”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