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정이나 법인세 감면, 인프라 건설 등 친기업적 정책은 양측이 협력방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이민개혁이나 2016년도 예산안, 연준 개혁 등은 이해관계가 달라 백악관과 공화당이 정면 충돌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래저래 양측이 8년 만에 돌아온 '여소야대' 정국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로드맵 짜기에 들어간 가운데 상대방 패 읽기와 기싸움도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공화당은 명백히 기분 좋은 밤을 보냈고 그들은 칭찬받을 자격이 있다"며 "공화당 주도의 의회와 대화를 통해 긴밀해 협력할 것"이라며 선거 패배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핵심 국정 어젠다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민개혁에 대한 공화당의 협조를 요청하면서도 "의회 차원의 조치가 없을 경우 올해가 가기 전에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불법이민자 사면법'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행정명령 발동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정국경색 심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실제 공화당은 즉각 반발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의회 승인 없는 행정명령 강행은 '소 앞에서 빨간 깃발을 흔드는 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양측의 정면충돌을 예단하기는 아직 섣부르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경제회복과 불평등 해소, 기후변화 대처,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인 '이슬람국가(IS)' 격퇴 등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공화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공화당도 2016년 대선 승리를 위해 수권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임기가 불과 2년 남은 대통령과 이전투구를 벌여봐야 상처만 입을 게 뻔하다.
이 때문에 양측은 타협하기 쉬운 분야부터 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구체적인 협력 분야로 세법개정이나 무역협정, 인프라 건설과 관련한 금융지원을 거론했다. 우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등 다자 간 FTA 협상은 민주당보다 공화당이 더 적극적이어서 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이어지는 키스톤 XL 송유관 사업 역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환경오염을 우려해 그동안 사업승인을 거부해왔지만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일부 의원마저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지난해 연방정부 셧다운(정부 폐쇄) 사태를 불러온 오바마케어를 둘러싸고 양당이 극한대치를 벌일 가능성도 낮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공화당 지도부가 오바마케어를 약간 손질하겠지만 완전히 폐기하려 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오바마케어에 대해 "넘을 수 없는 분명한 선이 있다"면서도 수정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양측이 체면치레를 하는 수준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인세 인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세제개혁 작업에 걸림돌이 없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은 현행 3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8%로 낮추자고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은 이를 25%로 낮추는 동시에 법인세 공제, 소득세 인하 등 전면적인 세제개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예산안을 둘러싸고도 양측 간 갈등이 예상된다. 공화당이 사회보장비를 대폭 감축하는 대신 국방비는 늘리는 방식으로 재정적자를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 이는 빈부격차 해소가 주요 어젠더인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이다. 다만 양측은 극한충돌을 자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앞으로 연방정부 셧다운이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공화당이 제출한 연준 개혁법안도 정국의 뇌관이다. 공화당이 연준 손보기를 본격화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국경색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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