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 넘치는 장학사가 두발 문제를 지적했다. 교장은 내심 불만이었다. 주변 학교보다 머리카락 길이가 훨씬 짧았기에…. 장학사를 설득해야 할 교장은 학생들에게 엉뚱한 지시를 내렸다. '머리 빡빡 깎고 눈썹까지 밀어라.'
'공군 수송기의 휴가 장병 탑승'을 둘러싼 감사원과 국방부가 꼭 이 짝이다. 감사원이 장학사, 국방부가 교장에 해당된다. 감사원은 지난 16일 '공군 수송기가 장병과 군무원들 가족의 휴가에 사용돼 연료비만 연간 7억원이 지출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돌렸다. 누가 들어도 특혜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아니나 다를까. 전투와 훈련을 위한 수송기가 목적 외로 사용돼 혈세를 낭비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정말 특혜일까. 그렇지 않다. 어차피 정기운항하는 수송기의 빈자리를 활용하는 게 뭐가 잘못인가. 미군은 자체 TV 방송을 통해 수송기의 운항일정과 항로를 자세하게 안내한다. 군 수송기가 부족하면 민간 항공기를 임대해서라도 장병과 그 가족을 태운다. 미군 수준은 못 따라가더라도 굳이 최소한의 편의와 복지를 죄악시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말이 편의지 수송기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소음이 심하고 좌석도 그물형이다. 기내 서비스도 전혀 없다. 육군 복무 시절 제주도가 고향인 상병 하나가 귀대시 공군 수송기를 탑승해보고는 '다시는 안 탄다'며 불만을 쏟아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만 아이들의 반응은 다르다고 들었다. 어릴수록 수송기 탑승을 반기고 자랑스럽게 여긴단다.
군의 중추인 30~40대 간부들의 아이들이 느끼는 긍지와 행복감은 군의 사기 앙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 사기를 높일 수 있다면 오히려 증편하고 증액하는 게 효율적이다. 연료비만 7억원이라는 감사원 발표도 실상과 다르다. 낭비 요인을 짚어내려고 했다면 휴가 성수기의 증편 비용(약 5,196만원)을 적시했어야 맞다.
부풀린 감사원보다도 문제는 국방부다. 감사원 지적과 보도가 나오자 장병의 휴가시 수송기 이용을 중단할 모양이다. 수송기 활용이 수십년간 쌓인 적폐라는 말인가. 오히려 무조건 수용이 새로운 폐단이 될 수 있다. 운용효율과 작전능력이 떨어지면 누가 책임지나. 감사원 지적의 수용과 시정은 정부기관이 갖춰야 할 기본이지만 군 수송기 문제에 대한 대응만큼은 교각살우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재고하기 바란다.
/권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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