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양이 중랑천을 붉게 물들일 무렵 아이 손을 잡거나 등짐을 짊어진 한 무리 사람들이 아차산 서쪽 기슭에 도착했다. 뒤로 바람을 막고 짐승도 잡을 수 있는 산들이, 앞으로는 강을 끼고 들판이 펼쳐져 살기에 적당했다. 그들은 여기에 거주하기로 결심했다. 수도 서울 역사의 시작이다.
1967년 중랑구 면목동 면목고등학교 인근 택지개발 공사장에서 황용훈 교수 등 경희대박물관 팀에 의해 구석기시대 석기들이 발견됐다. 연대측정 결과 기원전(BC) 3만년 전 후기구석기 유물로 밝혀졌다. 서울 지역 유적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완전한 형태로 채집된 석기는 모두 39점이었는데 28점이 양날찍개ㆍ뾰족개ㆍ망치 등 몸돌석기고 11점은 옆날긁개ㆍ끝날긁개 등 격지석기였다.
면목동 유적 발견은 또한 개발을 빙자한 파괴의 시작이기도 했다. 발굴 당시 유물들은 100㎡ 정도에 흩어져 있었는데 주택공사가 서둘러 진행되면서 현재는 이 유적지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