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인상땐 10년내 경제적 혼란 발생할것" 경고도
후계자 언급은 안해… "여전히 일 사랑" 은퇴 가능성 일축
5시간 걸친 질의응답 등 축제 열기 속 날선 비판도 늘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소득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일자리가 감소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노동시장이 왜곡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엄청난 돈 풀기에 따른 후폭풍으로 앞으로 10년 내 경제적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가들의 최대 관심사인 후계자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투자는 물론 경영능력이 탁월한 인물을 뽑겠다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버핏 회장은 2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시 컨벤션센터인 센추리링크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출범 50주년 기념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는 '자본주의자들의 우드스톡(세계적인 록 페스티벌)'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주주들의 열기와 유머, 재치 있는 이벤트로 가득 찬 한바탕 축제의 장이었다.
버핏 회장은 "미국의 소득 불평등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는 데 반대하지는 않지만 최상의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업 부담이 늘면서 전체 일자리가 줄어들고 빈곤층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소비가 살아나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은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의 정책 어젠더에 막대한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버핏 회장이 최저임금 문제만큼은 공화당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그는 대안으로 근로소득세 공제나 저소득층에 대한 환급액 확대 등의 세제개혁을 제시했다.
아울러 버핏 회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연준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면 결국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수밖에 없다"며 "지난 수년간 제로 수준의 기준금리였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나쁜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앞으로 10년 안에 혼란이 발생할 경우 심리적ㆍ금융적 측면에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투자계획도 내놓았다. 버핏 회장은 추가적인 대형 인수합병(M&A)에 대해 "앞으로 5년 내 독일 기업을 최소한 한 개는 인수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후계자에 대해서도 힌트를 줬다. 그는 "개인적으로 투자만 했더라면 배우지 못할 것들을 경영을 통해 배웠다"며 "버크셔해서웨이를 책임지려면 두 가지 경험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건강하고 일을 사랑한다"며 은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날 찰리 멍거(91) 부회장과 함께 단상에 오른 버핏(84) 회장은 "찰리는 들을 수 있고 나는 볼 수 있어 함께 일한다"는 유머 섞인 소개로 좌중의 폭소를 유도하기도 했다. 고령이지만 은퇴계획은 없다는 사실을 밝힌 셈이다.
아울러 그는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거부감도 거듭 표출했다. 월가에서는 버핏의 은퇴 이후 기업사냥꾼들이 버크셔해서웨이 지분을 매입한 뒤 자회사 분사, 주주배당 확대, 투자중단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버핏 회장은 "많은 경우 행동주의의 요구는 장기적인 기업가치 측면에서 건설적이지 않다"며 "누가 후계자가 되든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장장 5시간에 걸친 질의응답에서 주주들은 버핏 회장의 투자 혜안에 시종일관 경외에 가까운 존경과 환호성을 보냈다. 한 주주는 "워런·찰리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며 큰소리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마이애미에서 아버지와 함께 왔다는 제이슨 메이스터(24)씨는 "10대에 버핏의 책을 읽은 뒤 투자사업의 꿈을 키우게 됐다"며 "버핏의 투자 스타일을 좋아하고 나에게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 앞은 폭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임에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행사장 문이 열리기 두 시간 전인 새벽5시부터 참가자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하지만 설립 50주년인데도 과거보다 날 선 비판이 많았다는 평가 또한 나왔다. 특히 버크셔해서웨이의 파트너인 브라질 투자회사 3G캐피털이 기업을 인수한 뒤 비용절감을 위해 해고를 남발하고 자회사인 이동식 주택건축 업체 클레이턴홈스가 과도한 수수료를 고객에게 전가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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