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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즐거웠어요. 작은 도시를 바다위에 띄워 놓은 느낌이랄까. 이제 부산 남포동에 관광하러 가요."
9일 오전 부산 영도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입항한 크루즈 마리너(Mariner of the Seas)호에서 내린 젊은 중국 관광객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날 아침 제주도를 출발해 부산에 도착한 마리너호는 올해만 16회에 걸쳐 부산항에 입항한다.
마리너호에 오르자 갖가지 초호화시설에 그야말로 딴 세상이 펼쳐졌다. 세계 2위 선사인 로얄캐리비안 크루즈 소속인 마리너호는 총 톤수 13만8,279톤, 길이 311m, 너비 49m인 초대형 크루즈선 중 하나다. 지상 높이만 60m로 아파트 20층을 훨씬 웃돌고 객실은 1,557개나 된다. 탑승객 3,807명과 승무원 1,185명 등을 태운다.
전망탑까지 16층으로 이뤄진 이 곳에는 아이스링크, 암벽등반, 수영장, 면세점, 농구장을 비롯해 1,900여명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 인조잔디가 깔려 있는 9홀 미니 골프코스, 3층 높이의 대극장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특히 마리너호 안의 거리로 여행객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며 다닐 수 있는 5층 높이의 '로얄 프라머네이드' 중앙 거리도 있다. 거리 옆에는 유럽의 광장처럼 면세점을 비롯해 카페들이 늘어서 있고 화려한 퍼레이드와 공연도 펼쳐지다보니 마치 작은 도시를 방불케 한다.
윤소영 로얄캐리비안 크루즈 한국사무소 이사는 "항만, 물류로 유명했던 부산이 크루즈가 기항하면서 크루즈 항구로 전 세계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며 "크루즈 여행객들도 산과 바다가 함께 있는 부산을 아름다워하고, 부산에 머무는 시간동안 자갈치 시장 등 부산 명소 곳곳을 둘러본다"고 설명했다. 마리너호는 이날 부산에 9시간 정도 머문 뒤 중국 상하이로 떠났지만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상당하다. 실제로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0회에 걸쳐 입항한 크루즈선(8만5,000톤급 기준)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1,899억원에 달했다.
입출항료와 접안료 등 항비 4억5,500만원, 선용품 공급 등 항만부대비용 42억200만원, 관광지출은 1,852억원에 달한다. 국적별 승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중국(992달러), 일본(234달러), 기타(87달러) 순이다. 이날 도착한 마리너호에는 중국인만 3,411명으로 전체 승객의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했다. 부산시는 올해 크루즈선으로 부산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39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쇼핑, 관광명소 방문 등 단순한 기항지 관광프로그램에서 벗어나 템플스테이, 다도 등 다양한 체험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크루즈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릴 계획"이라며 "크루즈 기항 인프라 지속 확충 및 크루즈 육성법 후속조치 마련 등을 통해 급성장하는 동북아 크루즈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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