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진석은 백60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수읽기를 해놓고 있었다. 그가 읽어둔 수순은 참고도1의 흑2 이하 16(15는 10의 자리)이었다. 백이 딱 1수 차이로 모조리 잡히는 그림이다. 그런데 전광석화의 수읽기로 정평이 높은 상대가 노타임으로 백60을 두는 것이 아닌가. 목진석은 자기가 읽어둔 수읽기의 점검에 들어갔다. 그리고 곧 자기 수읽기가 착오였음을 알아차렸다. 참고도2의 백1(참고도1의 백7이 아니라)이 기다리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었다. 흑4면 백5로 단수치는 진행이다. 이렇게 된다면 흑이 많이 진다. ‘당하고 말았군.’ 목진석은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그의 뇌리에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다. 안조영과 이영구, 김환수,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함께 치고 올라온 동료들. ‘아 이대로 던질 수는 없다.’ 목진석은 돌을 던지지 않았다. 흑67로 반토막만 끊어 잡고 버티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검토실의 동료들은 이미 패배를 확인하고 있었다. 2대2면 이벤트 삼아 페어 바둑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는 것이 대국 규정이었다. 이렇게 되는 경우에는 목진석과 이영구가 짝을 이루어 출전한다는 것이 미리 약속된 각본이었다. 이영구는 손을 씻고 왔다. 출전 준비였다. 목진석은 264수에서 던졌으나 종반의 수순은 생략한다. 같은 날 저녁 8시 10분에 두어진 페어 바둑에서 목진석과 이영구는 이세돌과 홍민표에게 패하였고 우승의 영광은 이세돌의 한게임에 돌아갔다. 180수 이하줄임 백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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