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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 풀고 온라인 할인한다고 수출경쟁력 강화되나

정부가 9일 '수출경쟁력 강화대책'을 내놓았다. 4월 수출진작에 효과적인 마케팅 위주의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업계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대책을 들여다보면 민간기업의 투자계획을 정부 것인 양 끌어다 놓거나 고장 난 레코드 식으로 기존 대책을 재탕한 경우가 많아 부실하기 짝이 없다.

대책의 전체 뼈대는 민관이 힘을 모아 116조원을 투입한다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91조원은 민간기업들이 밝힌 내년까지의 투자계획을 단순 합산한 금액이다. 2018년까지 이뤄질 민관 합동 연구개발(R&D) 투자액 6조8,000억원도 대부분 민간기업이 담당한다. 민간기업이 낸 돈으로 정부가 생색을 내는 꼴이다. 구체적인 내용도 수출경쟁력 강화대책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다. 이번 대책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내년까지 16조2,000억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확대 공급하고 대대적인 온라인 특별 할인전을 열겠다는 내용이다. 돈 좀 풀고 온라인에서 물건을 싸게 팔도록 도와주면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저절로 강화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대책도 대부분 기존 내용을 추가 확대하거나 효과마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우수 벤처기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만든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단기간에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진출 거점수단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려면 병이 생긴 원인부터 잘 찾아야 한다. 정부는 수출부진의 원인으로 저유가에 따른 수출여건 악화, 엔·유로화 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 등 경기적 요인과 중국의 성장률 둔화 및 무역구조 변화,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요인을 꼽았다. 원인은 제대로 짚었는데 처방으로 당연히 나와야 할 환율 안정화 방안이나 산업 구조조정 방안 등은 아예 없거나 미미하기만 하다. 정부는 전체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지 않는 한 수출의 기초체력을 키울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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