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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까지 경제민주화에 동원하는가

새누리당 소속 의원의 주도로 여야 의원들이 합세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소유한 기업에 대해 주주권을 의무적으로 행사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개정안에 담긴 주주권의 행사 범위는 주총 안건에 찬반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소극적 수단 외에 주주 대표소송권과 사외이사 파견권과 같은 적극적 활동도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은 5% 이상 투자한 상장기업 169개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기업지배구조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오게 될 것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대기업은 해당 총수보다도 국민연금의 지분이 많은 상태다.

국민연금도 엄연한 주주로서 합당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더욱이 투자기업의 가치를 높이겠다는데 반대할 명분이 없다. 그러나 국민을 대리해 주주권을 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제민주화라는 정치논리가 판을 치는 시기에는 더 그렇다. 관치 연금에 의한 재벌 길들이기나 연금사회주의를 재계가 우려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부작용을 차단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전문인력과 풍부한 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 독립성과 전문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가 선결과제이다. 지금과 같이 정부가 이사장을 임명하는 관치형 지배구조로는 끊임없이 시비거리만 낳는다. 현재로서는 기업감시 역량도 극히 미흡하다. 각계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전문위원회가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실무진은 수명에 불과하다. 이런 과제들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또한 6%에 이르는 국민연금의 막대한 주식시장 비중을 본다면 시장지배력 남용 가능성은 언제라도 상존한다.



국민연금은 사회안전망의 최후 보루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안정적인 운용 수익률이다. 주주권 행사로 기업가치를 높이면 수익률도 올라가겠지만 지금 정치권과 사회 일각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본연의 목적보다는 기업통제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 우려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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