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지난 14일 조합원 대상 투표에서 70%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고 22일부터 실제 파업에 돌입했다. 1987년 이후 24번째 파업이고 3년 연속 파업이다.
이번 파업의 외형적 명분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이 관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상여금이 정기성·일률성 및 고정성을 모두 갖출 경우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통상임금 빌미로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정기상여금은 두 달 동안 15일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만 지급된다는 사규가 있기 때문에 지급 여부 및 액수가 성과와 관계없이 미리 정해져 있어야 한다는 고정성이 결여된다.
따라서 통상임금 여부는 법원의 판단을 따르기로 약속한 2012년 임단협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도 현대자동차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게 보인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 노조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파업을 강행하는 것을 보면 통상임금이라는 커다란 요구사항을 앞세워 이번 임단협에서 요구하는 다른 사항들을 관철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우선 노조는 기본급 대비 8.16%, 15만9,614원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2·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3.3%나 감소한 기업의 노조가 요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은 과도한 요구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노조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약 8조9,935억원이니 근로자 1인당 약 4,500만원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국내공장보다 생산성이 약 1.5배 이상 높은 해외공장의 이익까지 배분해달라는 요구라 정당성을 더더욱 찾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더해 법 개정을 통해 오는 2016년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한 정년 연장과 별개로 당장 임금피크제와도 무관한 조건없는 정년 60세를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상여금도 750%에서 800%로 인상하고 성과급이나 복리후생비의 임금성을 인정해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시킬 뿐만 아니라 하계휴가비도 일할계산으로 지불해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제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간 임금격차는 384만원 추가로 늘어난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도 연간 418만원 확대된다. 이런 사정을 현대차 노조도 모르는 것이 아닐 텐데 통상임금을 빌미로 파업을 강행하는 것을 보면 노조가 주장하는 비장함이나 우리나라 최대기업 노조로서의 책임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환율 등 환경 변화 외면, 설득력 잃어
1월 말 대비 원·달러 환율은 60원 이상 하락했다.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매출은 약 4,2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경쟁사인 일본 도요타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약 1.7배 급증했음에도 5년 연속 임금동결 이후 처음으로 기본급을 0.8%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이나 사회적 책임감을 애써 무시하고 그들만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현대차 파업에서 정당성·책임감·비장함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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