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선수론 첫 金… '빙속 퀸이라 불러다오'

'태극기 세리머니가 어느덧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익숙한 장면이 되고 있다.' 이틀 연속 같은 장소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낸 데 AP통신이 보인 반응이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또 한번 새 역사가 탄생했다. 이번에는 여자 스프린터 이상화(21ㆍ한국체대)가 해냈다. 이상화는 17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벌어진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1ㆍ2차 시기 합계 76초09로 빛나는 역주를 펼쳐 세계기록 보유자인 독일의 예니 볼프(76초14)를 0.05초 차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이상화는 한국이 처음 참가했던 지난 1948년 생모리츠올림픽 이래 동계올림픽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메달을 찬란한 금빛으로 장식했다. 또 역대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부 전종목(500ㆍ1,000ㆍ1,500ㆍ3,000ㆍ5,000m)을 통틀어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금메달을 차지한 주인공이 됐다. 한국은 전날 남자부 500m의 모태범(21ㆍ한국체대)에 이어 여자부까지 남녀 500m를 싹쓸이하며 일약 세계최고 빙상 스프린트 강국의 지위를 얻었다. 0.05초 차이가 말해주듯 챔피언에 오르는 순간은 극적이었다. 이상화는 1차 시기에 압도적인 우승 후보로 꼽힌 볼프와 부담스러운 맞대결을 펼쳤다. 출발신호 직전 움찔하면서 부정출발을 해 더욱 긴장감이 고조됐다. 그러나 이상화는 대범하게 얼음을 박차고 나섰고 38초24로 볼프(38초30)를 제치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간순위 1위에 오른 이상화는 2등을 차지한 볼프와 마지막 조에서 또 한번 맞대결에 나섰다. 또 다른 우승후보 왕베이싱(중국)이 앞서 1ㆍ2차 합계 76초63으로 중간순위 1위에 올라 우승하기 위해 이상화는 38초39, 볼프는 38초33의 기록이 필요한 상황. 스타트부터 중반까지 볼프에게 뒤지던 이상화는 무서운 스퍼트를 발휘했고 볼프(37초83)를 따라붙어 37초85로 들어오면서 우승을 확정 지었다. 토리노에서 0.17초 차이로 동메달을 놓친 뒤 울었던 이상화는 4년 뒤 관중들의 기립박수 속에 태극기를 쥐고 링크를 돌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보라(동두천시청)는 78초80로 26위에 올랐고 북한의 고현숙은 합계 77초47로 9위를 차지해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