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 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 투자자들을 열광시켰던 알리바바가 이번에는 큰 실망을 안기고 있다. 시장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지난해 4·4분기 실적을 공개했고 위조상표 상품인 짝퉁 판매 단속 문제를 놓고 중국 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알리바바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며 주가는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알리바바는 이날 지난해 4·4분기 매출이 42억2,000만달러(약 4조6,146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톰슨로이터가 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망치 45억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8% 줄어든 9억5,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지난 29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8.8%나 급락했다. 주가하락으로 알리바바 지분 6.3%를 보유한 마윈 회장의 재산은 14억달러 증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알리바바의 안방인 중국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매출증가 둔화와 함께 상장 이후 시장의 기대가 매우 높았던 점을 부진의 요인으로 꼽았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9월 250억달러를 끌어들여 미국 증시 사상 최대의 IPO 기록을 세우며 뉴욕증시에 입성했고 이후 주가도 꾸준히 강세를 보여왔다. 캔터피츠제럴드의 유수프 스퀄리는 올해 알리바바의 실적 전망치를 하향 수정하며 "중국 경제에 대한 관심이 잦아들면서 알리바바를 둘러싼 환호도 잦아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자들의 전자상거래 수단이 컴퓨터에서 모바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는 점도 알리바바의 불안요소다. 지난해 알리바바의 적극 구매자는 1년 전보다 45% 늘어난 3억3,400만명이며 월간 모바일 적극 이용자는 1년 전보다 95% 증가한 2억6,500만명이다. 하지만 모바일 매출 증가세 둔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알리바바의 4·4분기 모바일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448% 늘어난 10억3,500만달러다. 3·4분기 매출 증가율 1,020.2%보다 훨씬 낮아진 것이다. 마켓워치는 "모바일 매출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짝퉁 단속을 둘러싼 정부와의 마찰 역시 알리바바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중국 공상총국은 28일 발간한 백서에서 '알리바바에서 짝퉁 유통 및 뇌물수수 등 불법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서에는 알리바바가 오픈마켓에서 가짜 술과 담배, 명품 핸드백을 비롯해 무기 등 각종 금지물품 판매를 눈감아주고 있으며 판매업자의 허위·과장광고와 판매량을 부풀리기 위한 허위거래를 단속하지 않고 있다고 기술돼 있다.
공상총국은 백서에서 "알리바바는 오랜 기간 이런 문제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효과적인 대처방안도 찾지 않았다"며 각종 불법행위는 알리바바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최대 위험요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알리바바의 2인자인 차이총신 부총재는 이날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전화회견)에서 "공상총국의 백서 발표 방식에 잘못된 점이 많으며 매우 불공평하다"며 "필요하면 공상총국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펠니콜라우스앤코의 스콧 데빗은 "알리바바가 짝퉁상품 단속방안을 제시했지만 공상총국 백서는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리바바가 만약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다면 이는 민간기업이 중국 정부의 행정조치에 대항하는 이례적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NYT는 "최근 몇년 사이 알리바바의 성장은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매출을 안겼지만 중국 당국의 감독도 강해지는 '양날의 검'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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