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거래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지난 1일부터 완화된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시행되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추진단지는 물론 비강남권 일반 아파트에 대한 매수 문의도 늘고 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본격적인 회복의 전조인지 아니면 과거처럼 매도자들의 섣부른 기대감이 반영된 반짝 상승세인지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런 가운데 대출규제 완화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1,000조원이 훌쩍 넘은 가계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일각에서는 집값이 오를지 여부도 불확실한데 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고 권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로 거래는 늘겠지만 집값은 크게 오르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하지만 부채 문제를 단순히 양(量)으로만 판단할지는 고민해볼 문제다. 당장 LTV·DTI 완화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제2금융권의 높은 금리로 빚을 얻은 대출자들이다. 늘어난 대출한도만큼 시중은행 대출로 갈아타게 되면 그만큼 이자부담이 줄어든다. 집을 사고 싶어도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때문에 대출길이 막혀 있던 젊은 층의 주택구매 여력도 커졌다. 특히 지속적인 소득증가가 기대되는 젊은 층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을 단순히 빚진다는 의미로만 해석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산을 증식시켜나가는 다분히 미래지향적인 경제활동이기 때문이다.
수급 불균형 탓 전셋값 치솟아
규제를 풀어 주택거래를 활성화 시켜야 하는 더 큰 이유가 있다. 깨져 버린 주택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되살려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현재 주택시장의 가장 큰 고민은 매매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소득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어진 전월세 가격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셋값은 서민들의 허리를 휘게 하고 있다. 대출로도 솟은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다 보니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로 갈아타거나 중심에서 외곽으로 밀려나는 '전세난민'이 늘고 있다. 올 들어 전셋값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지난 3~4년간 워낙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 탓에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만만치 않다.
주택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수급 불균형이다.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무너진 시장의 선순환 구조는 가격 왜곡을 키우고 있다. 20~30대의 젊은 층이 결혼 등으로 독립하면서 임차수요는 시장에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데 주택구매 욕구가 위축되면서 기존 세입자들은 계속 임차시장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집주인이 부르는 호가는 흥정의 여지도 없이 곧바로 거래가격으로 굳어져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고 적체된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단기간에 공급을 확대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공공 부문의 임대공급 확대는 어디까지나 저소득층을 위한 것이다. 그마저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부문의 과도한 부채 때문에 여력은 많지 않다.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민간 건설사들에 공급을 인위적으로 늘리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결국 재정부담이나 미분양 등 재고주택 증가의 위험을 줄이면서 임대차시장에서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임차시장에 머물러 있는 세입자들이 주택을 구매하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수요를 분산시키는 것 외에 뾰족한 수단은 없어 보인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 역시 제한적이나마 민간 임대차 시장에 공급자를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거래 활성화로 선순환 구조 회복해야
물론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거래는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겠지만 단기간의 급격한 집값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규제완화가 기대만큼의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나마 규제라도 풀지 않으면 침체된 주택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은 더더욱 희박해진다. 거래침체로 주택시장의 선순환구조가 깨진다면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도 해소하기 힘들다. 치솟는 전셋값은 고스란히 서민들의 부담이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권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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