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아파트 관리비 비리는 동 대표나 관리 임원들이 수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는 데서 비롯됩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직접 동 대표로 나서거나 관리비 내역서를 꼼꼼히 확인하는 적극적인 관심만이 폐단을 없앨 수 있지요."
1만5,000명 회원을 둔 인터넷카페 '아파트 비리척결 운동본부'의 송주열(52·사진)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입주민 소수의 전횡을 막을 토대가 마련된 만큼 이제부터 '교체바람'이 제대로 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토대는 동별 대표자가 임기 2년에 한 차례만 중임하도록 지난 2010년 7월 개정된 주택법 시행령을 말한다. 당시 선출돼 중임을 한 동 대표들이 법 적용을 받아 대거 바뀌는 시기가 온다는 얘기다.
그는 "주민들이 비리와 부당 집행을 의심해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들을 상대로 소송한다 해도 민사소송 당사자 적격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기각당하기 일쑤"라며 "스스로 동 대표로 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 해 전국 아파트에서 걷히는 관리비는 연간 12조원에 달한다. 입주자 대표, 동 대표, 부녀회장, 관리소장 등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과 주민들 간 관리비를 둘러싼 갈등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최근 배우 김부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벌어진 '겨울난방비 0원' 사건도 관리업체의 관리 부실과 아파튼 비리가 원인이라고 송 회장은 꼬집었다.
그는 "문제의 아파트도 단순한 검침기 오류 때문이라고 우길 수 있겠지만 개별난방비 외에 주민에게 공평하게 매기는 공용난방비까지 일부 가구에 0원을 부과한 점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관리비 비리를 막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지출내역서를 꼼꼼히 살펴볼 것을 권했다. 말 그대로 아파트 관리에 필요한 항목 외 지출은 십중팔구 비리와 관련돼 있다는 것. 가령 일부 자치 임원들은 개인적인 경조사비·교통비까지 관리비를 유용하기도 한다.
송 대표는 "가령 아파트 수리를 위한 장기 수선 충당금이 모자라 캐피털 등을 이용하고 할부금융 비용까지 세입자에게 부과하기도 하는데 이 비용은 세입자가 돌려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주민들이 소송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기각·패소하면 애초 각오했던 소송비용보다 수십 배를 물어주는 경우도 있다"며 "이 같은 소송 폐해를 없애려면 공동주택 문제를 따로 관리할 정부기구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시정권고만 할 뿐 처벌권이 없는 현재 구청 주택과 공무원들과 달리 사법경찰권을 가진 감독자가 시시비비를 가리고 제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송 대표 자신도 7년 전 살던 경기도 파주의 한 아파트 부실 공사를 지적한 것이 발단이 돼 3년간 자치 임원과 피 말리는 소송전을 겪었다. 스크린골프 기계 설치기사가 본업인 그는 2007년 아파트 비리를 없애자며 인터넷카페를 개설했으며 이젠 자타공인 아파트 분쟁 전문가가 됐다. 현재 송 대표와 서울 산림동 상가건물에 낸 카페사무실에는 아파트 관리비 관련 문의전화가 하루 20~30여통에 걸려온다.
그는 "비리를 저지르는 주민은 다른 아파트로 이사가 그곳에서도 같은 비리를 도모하기 마련"이라며 "주민들의 끈질긴 감시와 견제만이 부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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