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의사협회와 정부 모두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지만 의협이 예고한 24일 2차 집단휴진까지 이어질 경우 양측의 부담이 큰 만큼 어떤 식으로든 또 다른 타협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노환규 의협 회장도 10일 "대화로 해결되지 않아 여기까지 왔다"면서도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를 원한다"며 앞으로 정부와의 협상 의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의협의 강한 저항에 직면한 정부는 일단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을 통한 영리 활동 범위확대 등으로 대표되는 의료영리화 정책 수위와 속도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의사들이 의료영리화 반대와 함께 실질적인 파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실질적인 목표인 의료수가 인상이 이뤄질 경우 국민들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 파업의 후폭풍도 예상된다.
당초 집단휴진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던 전공의들이 40% 넘게 휴진에 참여한 것은 의료계를 압박하는 정부의 강압적인 태도에 대한 불만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현재 원가에 못 미치는 낮은 의료수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의협에서도 전공의 처우개선과 함께 의료수가 인상을 중요한 협상 어젠다로 삼을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과거의 사례를 보면 의사들의 파업 등 실력행사 뒤에는 건강보험 수가가 오르는 일이 벌어지고는 했다.
14년 전인 2000년 의약분업 시행에 반발해 의사들이 집단적으로 휴진에 들어갔을 때 이듬해 수가는 무려 7.08% 올랐다.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이었다. 지금까지 수가 인상률은 해마다 1~3%에 그쳤다. 하지만 의사 파업 이후에는 정부가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큰 폭의 수가 인상을 해준 것이다. 이 같은 수가 인상은 곧바로 건강보험재정의 급속한 악화로 나타났고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건보료는 2001년 이후 꾸준히 올랐다. 실제 건강보험료율은 2001년 3.40%에서 지난해 5.89%까지 매년 인상을 거듭해 왔다.
의료수가를 1% 인상하기 위해서는 약 3,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필요하다. 현재 의료계의 주장대로 의료수가가 25% 정도 인상될 경우 7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건보재정이 추가로 필요한 것이다. 결국 의료계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건강보험료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해 국민들의 재정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