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하는 분들 보면 보람을 느껴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본사에 있는 국민행복기금 접수상담처에는 언뜻 봐도 앳된 직원들이 눈에 띈다. 올 4월15일에 뽑힌 캠코의 인턴사원들인데 행복기금 접수상담 업무를 보고 있다. 아직 정식 사원은 아니지만 서민들에게 빚을 최대 50%까지 깎아주는 행복기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제1선에 있다.
이들 중 서용준(31ㆍ사진 왼쪽), 최승은(22) 인턴은 캠코 내부적으로도 상담의 '베테랑'으로 꼽힌다. 마음이 따뜻하고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분들에게 친절하다는 게 내부 평가다.
25일 만난 서씨는 "아들이 교도소에 있어 출소하면 새 출발을 시켜주고 싶어 여덟 번 정도 찾아오신 분이 계셨다"며 "나중에 손을 잡아드리면서 '고생 많으셨겠다'고 하자 중년 남성분이 펑펑 눈물을 흘리셨다"고 했다. 그는 늦깎이 인턴이다. 현재 대학원에서 국제통상을 전공하고 있다.
막내 격인 최씨도 상담업무를 하면서 지금까지 편하게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학교 4학년으로 이화여대 국어교육과에 다니고 있다. 그는 "딸아이의 학자금 대출을 대신 처리하기 위해 찾아오신 어머님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며 "크다면 큰 금액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평균 1,500만원정도밖에 안되는 빚 때문에 10년 동안 도망다녔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상담업무를 하면서 어려움도 많다. 행복기금 상담처에는 서씨나 최씨 같은 인턴이 40명이 있다. 이 중 여직원은 15명 정도다. 채무재조정을 위해서는 대부업체들의 협조가 필요한데 이들 나름대로 불만이 많기 때문이다. 서씨는 "채무조정을 위해 대부업체에 전화를 하다 보면 그쪽에서 욕을 하는 경우도 있고 나라에서 이런 걸 왜 하느냐고 따져 묻는 사례도 있다"고 했고 최씨는 "우리는 사채나 다름없다. 행복기금에 따를 이유가 없다고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래도 보람만큼은 다른 일과 비교할 수 없다. 캠코도 다른 때와 달리 인턴 사원의 절반을 정직원으로 뽑을 계획이다. 서씨는 "대기업의 가치는 주주이익 극대화인데 이 일은 사회공헌 측면이어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최씨도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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