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자본시장 선진화의 길


정부가 지난달 26일 시장과 학계의 관심을 끌어온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공개하고 여론 수렴에 나섰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자본시장 인프라 개혁, 금융투자업 규제체계 선진화, 상장기업의 직접 금융 및 주주총회 내실화,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성ㆍ공정성 제고 등 네 가지다. 특히 매매 체결ㆍ청산 등 자본시장 인프라와 사모펀드 규제 정비, 신용평가업 규제 이관 등은 한국 금융규제법의 체계적 정비라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장외 파생상품 청산을 포함한 자본시장 인프라 개혁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비롯한 국제적 합의를 이행하는 절차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인프라ㆍ규제 정비로 전기 마련 우선 거래소 허가제와 대체거래 시스템 도입 등 매매 체결 기능 개편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효율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다. 매매 체결과 청산ㆍ결제를 포함한 인프라는 자본시장에 물과 공기와도 같지만 평소 관심의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자본시장 인프라를 탄탄하고 명확하게 하지 않고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은 투자상품 다양화는 물론 자산 운용업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 규제 강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 있으나 정부가 밝힌 헤지펀드 도입안을 찬찬히 뜯어보면 기우임을 알 수 있다. 국내 헤지펀드 규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이 강화한 방안보다 훨씬 더 엄격하기 때문이다. 기업금융을 활성화하려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내용도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을 줄이고 인수인이나 주선인ㆍ신용평가업자 등의 책임을 명확히 물을 수 있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주총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섀도우보팅 제도의 단계적 폐지나 집합투자업자의 의결권 행사시 충실의무 규정도 주목할 만한 발전이다. 특히 집합투자업자의 의결권 행사 관련 의무는 펀드 투자자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펀드 자산을 관리해야 할 집합투자업자의 책임을 명시적으로 확인해 큰 진전을 이뤘다. 거래기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불공정 행위가 다양화함에 따라 불공정거래 처벌 대상을 사전에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유형화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불공정거래 유형을 무작정 일반화하고 추상화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주요 기초 중 하나인 죄형법정주의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하더라도 그 규모나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물을 가치도 적어 현실적으로 처벌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불공정거래에 과징금을 매기는 것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노력의 일환일 수 있다. 과징금제도 도입은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큰 고기는 물론 작은 고기도 잡을 수 있는 촘촘한 그물망을 짜 '백벌백계(百罰百戒)'로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자 보호 꼼꼼히 챙겨야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실효성 확보 수단은 원칙적으로 형벌에 있다는 사실이다. 과징금은 자본시장의 신뢰와 공정성을 위해 필요하지만 형벌로 대응할 수 없는 한계영역에 대한 보완적 수단이지 그 자체로 '대체제'가 될 수는 없다. 금융투자 업자의 업무범위 확대, 헤지펀드 같은 새 금융상품 도입과 투자자 보호 간의 균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투자자 보호에 소홀한 업무나 상품 도입은 분쟁뿐 아니라 투자자 피해를 일으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헤지펀드 같은 고위험 상품은 투자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법 개정 추진을 기회 삼아 현재 자본시장법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개선해야 할 사항이 추가로 없는지 재차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