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의 ‘강(强) 위안’ 시대를 살고 있는 중국 내 외국인 주재원 사이에 ‘달러 기피증’이 확산중이다. 임금을 달러로 받고 있는 미국ㆍ홍콩ㆍ일본ㆍ한국계 주재원들은 급락하는 달러가치로 인한 고통이 커지자 위안화 지급을 요청하고 있다. 또 주재원들은 달러 결제를 기피하는 현지 국제학교와 집 주인의 요구가 늘어나면서 ‘환차손’ 관리를 위해 달러계좌를 위안화 계좌로 바꾸는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상하이(上海) 증권보는 19일 최근 위안화 절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달러화로 임금을 받고 있는 외국인 주재원들의 소득이 급감, 본사에 위안화로 임금을 지급해달라는 요구가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2005년 7월 중국의 환율 개혁 이후 위안화 절상 폭이 5%에 달하고 최근 절상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미국 달러, 홍콩 달러, 일본 엔화 등으로 월급을 받고 있는 주재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에서 중국으로 파견나온 처샤오위는 “지금이라도 위안화로 월급이 지급된다면 회사에서 임금을 올려주지 않아도 임금상승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사 관리자들은 기존에 체결된 고용계약서의 내용을 이유로 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한 인사 담당자는 “파견 당시 체결한 계약서 규정상 당분간 달러화 임금지급이 불가피하다”면서 “지급방식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달러 기피’ 현상은 한국계 주재원도 예외가 아니다.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는 한국계 주재원 K씨는 지난해 말 새 학기 등록을 앞두고 받은 등록금 고지서를 보고 놀랐다. ‘달러로는 등록이 불가하다’는 전학기에 없던 새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측이 학부형에게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 부담을 전가하려는 속 보이는 조치라 울화가 치밀었다. K씨는 일방적인 학교측의 조치로 전 학기에 비해 30만원가량을 추가 부담해야 했다. 이후 K씨는 당장 거래은행을 기존의 한국계에서 중국계 현지은행으로 바꿨다. 달러계좌를 위안화계좌로 바꿔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을 한 푼이라도 줄어보려는 생각이다. 베이징의 한국계 은행 관계자는 “미 달러로 송금을 받는 상당수 한국 주재원들이 위안화 절상에 따른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면서 “송금계좌를 아예 중국계 은행으로 바꾸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4일연속 사상최고치를 경신해오던 위안화는 이날 인민은행 기준환율 7.7788위안으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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