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1일 남대문경찰서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터키 실종 한국인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경찰은 김군이 터키에 도착한 후인 지난 9일과 10일 자신의 휴대폰을 이용해 두 차례 현지 휴대폰 번호인 '15689053********'로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중 10일 두 번째 전화통화의 경우 김군이 오전8시30분 시리아 번호판을 단 택시를 타고 킬리스 호텔을 떠난 후인 오후1시47분에 이뤄져 김군의 행적을 밝힐 수 있는 주요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국과 터키 경찰은 이 전화번호의 수신자 신원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김군의 컴퓨터 분석 결과 김군이 지난해 10월 터키 현지인이 개설한 트위터 계정 'habdou****'과 수차례 이슬람국가(IS) 가입 방법 등에 대해 대화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트위터 대화명이 'Afriki'인 인물이 김군에게 "이스탄불에 있는 하산이라는 형제에게 연락하라"며 그의 전화번호를 알려준 사실을 확인했으며 'Afriki'가 지난해 10월15일 김군에게 "슈어스팟(surespot)에서 'ga***'를 찾아라. 그가 너를 도와줄 것"이라는 대화 내용도 복원했다. 슈어스팟은 보안성이 높은 SNS로 IS가 조직원을 모집하는 데 사용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김군은 또한 IS 관련 신문기사 등 65개 사이트를 즐겨찾기 목록에 등록하고 지난 1년간 IS·시리아 등의 단어를 517회나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군이 자발적으로 8,000㎞나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놓고도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초등학교 이후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김군은 다른 또래가 학교에 가는 동안 두문불출했다. 부모와의 관계도 깊지 않았으며 사실상 소통하는 사람은 동생 이외에는 없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라와 가족을 떠나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철저히 사회로부터 고립된 외톨이였던 셈이다.
사회로부터 격리된 김군이 선택한 것은 유일하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한 인터넷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군은 극단적 여성혐오 등의 사고방식을 접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군은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나는 ISIS(IS의 전 명칭·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를 좋아한다"며 여성혐오 성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현실세계에서 소외와 고립감을 느낀 김군이 가상공간을 통해 습득한 사고를 바탕으로 억압된 욕망의 배출구를 찾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삶에서 무엇을 결정할 때 소속된 공동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가 중요하다"며 "김군이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소속감을 느꼈다면 IS를 마음속으로 지지할 수는 있어도 조직에 합류하려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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