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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11월 11일] 한미 FTA와 촛불

'쇠고기 방어 성공, 자동차 추가 개방.'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골자다. 미국의 협상조건 변경 요구에 우리 정부는 자동차 수입에 상당 부분을 양보했으나 쇠고기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현재 수준을 지켜냈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봐야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쇠고기시장을 완전히 열겠다는 미국의 공세에 맞선 협상단에 성원을 보내고 싶다. 하지만 추가 개방이나 한국에 유리한 유예조건을 그대로 지켜낸 주역은 따로 있다. 바로 국민들이다. 지난 2008년 봄, 정부의 졸속협상에 반발하며 촛불이 든 국민들이 없었다면 과연 미국이 한국의 사정을 감안했을까.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크나큰 곤욕을 치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은 쇠고기 부분을 애써 피해갔다. 국민이 FTA 협상력 높인 격 촛불 시위와 쇠고기 개방 협상의 상관 관계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을 존중해야 할 당위성을 말해준다. 정부와 집권당이 순수성과 배후를 의심하고 성토하며 억압하려 전력했던 촛불 시위가 시장 개방 요구에 대처하는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한 셈이다. 촛불 시위가 결과적으로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줬다고도 말할 수 있다.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개진되고 존중 받는 사회는 힘을 갖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획일적인 전제주의 국가의 힘이 강해 보여도 민주주의 체제가 우월하다는 점은 역사가 증명한다. 때로는 국가 반역에 해당되는 행위마저도 시간이 흐르면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본 군국주의의 호전성과 천황 숭배를 반대했던 일부 일본 지식인들은 당대에 핍박 받았으나 역사는 그들을 양심적 선각자로 기억한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세계를 전쟁의 참상에 몰아넣고 수백만의 유대인을 학살한 아돌프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서도 극소수의 양심적 지식인들은 아직까지 빛을 발하고 있다. 히틀러에 저항했던 신학자 마르틴 니뮐러가 남긴 시 '그들이 찾아 왔을 때'는 아직까지 세계 지식인들이 사랑을 받는다. 니뮐러의 존재가 '독일은 전국민이 전쟁을 즐기는 포악한 전범 국가'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희석시킨 것은 물론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위대한 프랑스'를 외치며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를 구축했던 샤를 드골 대통령에게 사르트르를 처벌하자는 건의가 올라왔다. 프랑스군과 싸우는 알제리 독립군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자금까지 지원한 사르트르는 '반역죄' 논란에 휘말렸다. 자신을 향해 집요한 비판과 독설, 인신공격까지 마다하지 않던 사르트르를 체포해 조사하자는 재향군인회 등 강경파들의 요구를 드골은 한 마디로 물리쳤다. '놔두게, 그도 역시 프랑스야.' 무엇인가 목표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다.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전셋방에 살면서도 수십억원을 기부한 가수에서 책가방을 든 촛불 소녀,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대북 삐라를 살포하는 사람들까지.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서 나선 시민이라면 목적에 관계없이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한다. 당장은 혼란스러운 것 같아도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사회와 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목소리 수용해야 하지만 우리의 오늘날은 어떠한가. 자신과 다르면 매도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갈등요인인 보수와 진보의 대립도 맥락이 같다. 일본계 미국 경제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에 따르면 사회 구성원들의 상호 인정과 신뢰 기반이 취약하면 선진국으로의 도약 자체가 불가능하다. 세계의 부자나라들이 모이는 주요20개국(G20)을 알리는 깃발이 나부끼는 행사장 주변에는 반대 시위도 적지 않다. 정부는 G20을 유사 이래 최대 행사라며 시위를 죄악으로 모는 분위기이지만 다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견해가 다른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소통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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