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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100일] 오렌지 등 40% 이상 싸져… 글로벌 위기에 수출효과는 반감

■ 달라진 점과 풀어야 할 문제는<br>5월 수출액 8.3% 줄었지만 현지 점유율은 높아져 긍정적<br>중간 유통업자 농간으로 가격 그대로인 상품도 많아<br>국내 유통구조 개선 시급… ISD 재협상·농업대책도 과제


22일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00일이 된다. 지난 3월15일 한미 FTA 효력이 발생되면서 우리나라는 9,003개(77.6%) 품목의 관세를 즉시 철폐했고 미국은 8,623개(69.2%)의 상품 관세를 바로 없앴다.

FTA 체결 이후 오렌지 등이 들어오면서 먹거리 등에 따른 국민 후생이 높아졌고 미국 현지에서의 우리 상품 점유율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 효과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FTA 효과가 생각보다 적은 것도 현실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경기침체로 이어져 이들 국가의 수입량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FTA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미국산 제품의 국내 유통 과정을 바로잡아 국민이 관세 인하 혜택을 실질적으로 누리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수출 효과 유럽 위기에 반감=3월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약 59억달러 수준으로 전년 대비 27.9%나 증가했다. 이때만 해도 한미 FTA 효과가 나타난다는 섣부른 진단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문제가 확산되면서 4월에는 대미 수출이 4.2% 증가하는 데 그쳤다. 5월에는 오히려 -8.3%로 곤두박질쳤다.

FTA가 체결됐음에도 미국 시장 수출이 감소한 셈이다. 그나마 자동차의 대미 수출이 증가해 감소폭을 줄일 수 있었는데 한미 FTA에서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 2.5%를 4년 뒤 철폐하기로 했기 때문에 FTA 효과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품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4월 한국산 제품의 미국 수입 시장 점유율은 2.89%를 기록, 한미 FTA가 발효되지 않았던 2월(2.56%)보다 0.33%포인트 증가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미국 국민과 기업의 우리나라 인식이 제고된다는 점도 보이지 않는 효과다.

통상교섭본부 고위관계자는 "FTA는 먼저 맺음으로써 얻는 선점이익이 있고 다른 나라보다 늦게 하게 되면 이에 따른 시장에서의 불이익이 있다"며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수출량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상대적인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렌지 등 가격인하 효과=일반 국민 입장에서 가장 큰 수혜는 오렌지다. 50%였던 미국산 오렌지 관세는 발효시 20%포인트 낮아졌고 나머지도 7년에 걸쳐 없애기로 했다. FTA 발효 전 1개당 1,400원대였던 미국산 오렌지는 현재 이마트에서 싸게는 개당 780원에 팔리고 있다. FTA로 관세가 낮아진 덕에 국민이 싼값에 오렌지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이후 국내 소비자의 25%가 오렌지 구입을 늘리는 대신 국산 과일과 야채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렌지가 국내 과일의 가격상승을 일정 부분 막는다는 얘기다.

오렌지 외에 와인 값도 싸졌지만 이들 품목 외에는 가격이 많이 낮아진 품목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관세철폐기간이 15년인데다 광우병 파동 등으로 오히려 수입이 줄어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연구소의 관계자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오렌지와 와인 외에는 한미 FTA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직까지는 적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유통망 개선은 과제=이처럼 FTA 체결 효과가 말단까지 내려가지 않은 것은 유통망의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과 정부의 공통된 시각이다. 중간 유통업자들이 FTA 관세 인하분을 모두 자신의 이익으로 흡수해 실제 소비자들은 FTA 체결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에 물건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FTA 발효로 관세가 인하됐는데도 가격을 내리지 않는 업체를 손보겠다고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정위는 한미 FTA, 한ㆍ유럽연합(EU) FTA와 관련해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약 20개 품목 중 8~9개가 가격 인하가 미진하거나 값이 내려가지 않았다고 보고 이를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유통 과정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국민이 FTA 효과를 누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수입 농식품의 관세인하가 소비자 후생 증가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유통 과정의 경쟁구조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은 수입업체인 국내 유통업체가 관세인하에 따른 이익을 흡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망 개선 이외에 국내 농업 대책과 아직 해결하지 못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도 숙제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우리나라 농축산물의 생산감소액은 향후 15년간 12조2,252억원(누적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개방 탓인데 농가의 안정적 소득처 마련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ISD의 경우 야당이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ISD 재협상을 위한 국회보고 일정이 늦어지면서 재협상 시점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 보호를 위해서라도 ISD는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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