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대한민국은 이른 무더위와 브라질 월드컵으로 한층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선수들이 골을 넣을 때마다 호프집에서 터미널에서 가정집에서 환호성이 터질 것이다. 환상적인 골을 넣는 선수의 멋진 세리머니와 그라운드의 환성 뒤에는 숨은 조력자(어시스트)가 있다. 필자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호날두 선수가 단독 드리블을 통해 골을 넣는 것보다 산소탱크 박지성 선수가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만들어낸 어시스트가 골로 연결될 때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11명이 움직이는 축구경기에서 중앙선을 넘어 골문에 이르기까지 여러 선수들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지식재산 비해 대출규모는 걸음마
창조경제의 핵심인 지식재산(IP)금융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시스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지식재산은 특허권·저작권 등 창조활동으로 만들어낸 무형자산으로 재산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지식재산(IP)금융은 이러한 지식재산에 기초해 금융기능을 제공하는 제반 활동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지식재산의 가치를 평가해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식재산금융이 이제 골키퍼의 손을 떠나 중앙선을 향해 가고 있다. 시중은행을 통해 이뤄지는 지식재산금융이 단번에 멋진 골로 연결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새다. 올해 국내 은행권은 IP담보대출·IP투자 등으로 4,000억원 정도를 계획하고 있는 등 전년도 대비 대폭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산업재산권 출원이 급증하고 있고 은행의 총여신 규모가 1,400조원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라는 평가다. 특허청이 발표한 2013년도 지식재산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특허출원 건수는 20만4,589건을 기록했으며 이는 2000년도 10만여건과 비교하면 2배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지식재산이 미국·유럽·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5대 강국으로 성장하는 동안 지식재산을 이용한 금융은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 번에 성공하기는 어렵더라도 기술지식과 관련한 우리의 저력을 생각하면 지식재산금융 확산이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식재산금융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을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가 우선 구축돼야 하고 가치평가결과를 인정해주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지식재산은 정보통신에서부터 생명공학·첨단소재·문화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 분야의 몇몇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으로는 어렵다. 설사 전문가가 확보돼 지식에 대한 가치평가를 한다 하더라도 당장 이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금융이 중앙선을 넘기 위해 꼭 넘어가야 할 선이 여기에 있다.
평가시스템등 인프라 조기 구축 필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다음달 기술정보데이터베이스(TDB)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을 평가해 등급을 정하는 기술신용평가회사(TCB)를 지정해 운영할 예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곳곳에 축적된 지식재산 정보를 한곳에 모으고 평가능력이 검증된 기관을 지정함으로써 은행들이 고군분투하는 지식재산금융에 숨은 조력자를 뛰게 할 예정이다. 기술보증기금도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신용평가를 수행할 예정이다.
우리의 지식재산 수준에 비해 시작은 늦었지만 정부를 중심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해 지식재산금융을 어시스트한다면 머지않아 갈증을 해소하는 멋진 골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