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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0월 24일]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 할 때
입력2008-10-23 17:55:34
수정
2008.10.23 17:55:34
“차라리 주식시장이 문을 닫았으면 좋겠습니다.”
23일 서울 마포 모 증권사 지점장의 한숨 섞인 푸념이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활기찬 목소리로 기자에게 객장 분위기를 전해주던 지점장이었다. 수화기너머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는 실망을 넘어 체념이 묻어났다. “고객 분위기를 전해주고 싶어도 사람이 아예 없으니 할 말이 없다”던 그는 “그냥 직원들끼리 서로 신경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스러워 할 뿐”이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코스피 지수 1,000선 붕괴를 코앞에 두고 전문가들은 이성적인 분석에서 손을 놓는 분위기다. 애널리스트는 말할 것도 없고 누구보다도 냉철하게 시장을 바라봐야 할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조차 점점 격한 언어로 시장을 대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또 한명의 모 금융사 직원이 주가폭락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었다. 온라인 주식 전문 사이트에는 큰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의 절규만이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다.
시장이 이렇게까지 엉망이 돼버린 마당에 침체가 더 깊어질지, 반등이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꿈의 지수’로 불렸던 코스피 2,000선이 불과 1년 만에 정확히 반토막이 나도록 상황을 분석해준 전문가는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시장이 통째로 망가져버린 현 상황을 알았다면 그 전문가는 진작에 이 바닥에서 손을 털었을 테니 말이다.
이런 아비규환의 바닥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사치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희망을 거둘 수는 없다. 단군이래 최악이었다는 IMF 외환위기를 겪은 게 불과 10년 전이다. 코스피 지수가 반토막이 난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물론 그때마다 항상 뼈에 사무치는 고통은 뒤따랐지만 그 순간을 뒤돌아보면 큰 꿈을 준비하는 기회가 되고는 했다.
어디가 끝일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고통에 빠진 지금이야말로 냉철한 이성을 되찾을 때다. 이런 시장에서 살아만 남는다면 또 한번의 큰 기회는 분명히 찾아올 것이다. 주식시장은 투자자의 눈물을 먹고 자란다. 지금은 그 눈물을 조금 많이 흘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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