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측근 비리 등에 대한 질문에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이 대통령은 "내 주위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나올 때마다 정말 가슴이 꽉 막힌다. 화가 날 때도 있다. 정말 밤잠을 설치고 생각한다"며 "내 심정이 이런데 국민들의 마음은 어떻겠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이 보좌관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과 김효재 정무수석 등 측근이 구속되거나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점에 대해 무거운 심경과 책임감을 나타낸 것이다.
논란이 됐던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에 대해서도 "내가 살 집인데 소홀히 했고 챙기지 못했다"며 "전적으로 내 탓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투명했던 내곡동 사저 계약 과정 등의 문제점에 대해 시인하며 이 대통령은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고 경호상 문제가 있더라도 30년 살던 옛집(논현동 사저)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돌려막기 인사' '재활용 인사'라는 말까지 나왔던 무원칙한 인사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문제점을 인정했다. 이 대통령은 "5년 단임이라는 한계 속에서 일을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그런 인상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시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4년 임기 동안의 소회에 대해서는 서민경제 회복이 미진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8년 12월 가락동 새벽시장에서 만났던 할머니를 떠올리며 "국격이 높아지고 세계에서 위기극복을 빨리 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길거리에서 장사하시는 할머니의 삶이 나아진 것이 없고 살기 힘들다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냐"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당초 기대했던 측근비리 등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사과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청와대 내에서는 직접적인 사과보다도 더 진정성 있는 표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1월2일 신년 국정특별 연설에서도 마지막 부분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친인척ㆍ측근 비리 의혹에 대해 짤막하게 우회적으로 사과함으로써 진정성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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