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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빠른 속도로 두어나가던 장쉬도 이젠 시간을 뭉텅뭉텅 쓰고 있다. 흑13으로 잇는 수에 15분을 썼다. 그 사이에 김성룡은 참고도1의 흑1 이하 백14를 생중계 사이트에 올렸다. “이것으로 백이 약간 유리한 바둑입니다. 생각보다는 흑의 출혈이 적군요.”(김성룡) 이세돌은 그 정도로 만족할 수 없었는지 흑15가 놓였을 때 다시 한번 과감한 바꿔치기를 들고나왔다. 좌변을 외면하고 백16으로 우지끈 끊어버린 것이었다. 검토실의 김성룡이 비명을 질렀다. “으악. 이런 야만스러운 발상을 하다니. 이럴 필요가 있단 말인가.”(김성룡) “일리가 있어. 어쨌거나 이세돌은 정말 변신의 귀재로군.”(서봉수) 이세돌의 변신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중원의 흑 2점을 잡아서 두터움을 얻었다는 점. 둘째는 백18의 자리를 두게 되어 좌상귀의 흑을 확실히 잡게 되었다는 점. 셋째는 분단된 상변의 흑이 후수로 살지 않을 수 없으므로 선수를 휘어잡을 수 있다는 점. 백22는 수상전의 급소였다. 이것으로 좌상귀는 백의 확정지로 변했다. 20집 이상의 탐스러운 실리였다. 그러나 장쉬는 흑23 이하 27로 그 보상을 얻어냈다. “흑이 많이 따라붙었지만 아무래도 백이 조금 앞서 있습니다. 좌상귀를 깨끗하게 잡은 것이 컸어요.”(김성룡) 김성룡은 참고도2의 백1 이하 5로 흑이 잡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쉬는 다른 방식의 저항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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