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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민 울리는 보험 세제개편안


인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700만명이 넘는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있는 지금, 우리 국민의 관심은 노후 준비에 쏠려 있다. 부모 세대와 달리 노후를 부동산에 기댈 수 없는 우리에게 연금은 최선의 대안이 됐다.

그런데 정작 국민연금이 재정 문제로 그 역할과 비중이 축소되고 있어 이를 보완해줄 연금 상품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공적 연금으로 국민의 노후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만큼, 민간 부문의 역할이 커지고 있으며 이를 정부가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

중도 인출 과도한 벌칙은 계약자 부담 키워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개인의 자조 노력을 돕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펼쳐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연금보험료 보조와 중산층 이상에 대한 세제 혜택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험료 보조제도는 없으나 세제 혜택은 있다. 절반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얼마 전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그나마 이뤄지고 있는 '반쪽의 지원'마저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을 보면 그동안 비과세 대상이었던 즉시연금과 보험의 10년 이내 중도(中途) 인출에 대해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보험계약자 변경시 변경시점 이후부터 다시 계약기간을 산정하고 있다.

이로써 '부자증세, 서민감세'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분히 정치권의 최근 기류와 일부 여론에 영합한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정책으로 비쳐진다. 이런 해석을 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실 정부가 과세 대상으로 올린 즉시연금의 경우 일부 부유층의 상속세 회피 꼼수로 사용될 경우 상속을 목적으로 가입할 때만 과세하면 정부의 의도를 달성할 수 있다. 실상이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종신연금에까지 무차별적으로 과세하겠다고 나섰다.

평생 모은 재산으로 연금을 구입해 죽을 때까지 꾸준히 연금을 받으려는 선의의 은퇴자가 피해를 입을 여지가 생긴 셈이다. 노후를 위한 재산의 연금화를 촉진하는 글로벌 추세에 비춰볼 때 우리의 조세 정책은 이에 다소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



뿐만 아니다.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보험계약 후 10년 안에 중도 인출할 경우 과세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보험차익 비과세는 노후 준비에 필요한 장기저축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기에 조기 인출에 대해 혜택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논리는 계약자가 보험을 노후 준비로 구입할 때는 저축 기능뿐만 아니라 노후보장의 의미가 커서 가능한 만기까지 유지한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

중산층 연금 세제 혜택 늘려야

그런데 계약자가 중도 인출을 원한다면 그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이다. 어려울 때 적금과 보험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깰 것인가.

저축성 보험뿐만 아니라 보장성 보험까지 대부분의 보험에 장착돼 있는 중도 인출에 대한 과도한 벌칙은 계약자의 부담을 키우고 보험의 수요마저 저하시킬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계약자 변경이 대부분 사망이나 경제적 사정 등 불가피한 사유에 따른 것인 만큼 피보험자가 동일하다면 기존의 비과세체계가 유지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연금이나 보험에 대한 조세 체계가 일부 고소득층에게 불필요하게 혜택을 제공한다면 그 부분만 제거하면 된다.

고령화는 지위나 소득의 고하를 막론하고 우리 모두의 문제다. 누구라도 노후 준비를 한다면 적극 돕는 것이 우리 모두를 돕는 길이다. 지금은 오히려 중산층에 대한 연금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보험료를 지원하는 정책을 강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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